"주저말고 과감히 투자…대기업이 패키징 리드해야"[미래기술25]

by조민정 기자
2023.12.13 07:40:57

■안영우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사무국장 인터뷰
"공급난으로 고객사 ''파격 제안''…韓 활용 못해"
투자액 조 단위…"대기업이 패키징 길 닦아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우리나라가 FC-BGA 산업에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일본과 대만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고객사의 혜택을 잘 이용해서 바로 투자를 단행해 장기적으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FC-BGA엔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먼저 이끌고, 중소기업이 이를 따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안영우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사무국장.(사진=본인 제공)
안영우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향후 계속 팽창할 FC-BGA 시장 내 한국의 입지를 우려하며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이미 한발 앞서 고객사들과 단단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일본과 대만을 제치기 위해선 앞으로 헤쳐나갈 숙제들이 남아있단 뜻입니다.

공급업체가 매우 한정적인 탓에 공급난이 발생한 FC-BGA 시장에서 반도체 업계 등 고객사들은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기판 선점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기판을 비싸게 팔아도 대규모로 구매하거나 직접 투자를 통해 원하는 물량을 가져가는 등 눈길을 끄는 제안으로 FC-BGA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이런 좋은 기회를 알아채고 영리하게 이용하는 기업 중엔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은 없습니다.

안 사무국장은 “수요공급이 완전히 깨진 상태라 인텔이나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 쪽에서 ‘빅딜(대규모 거래)’로 돈을 준다든가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굉장히 크게 보장하고 원하는 만큼 가격을 올려주는 등 획기적인 제안을 많이 했다”며 “마트에서 ‘1+1’ 세일을 한다고 보고 덥석 잡아서 바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그걸 잘 활용해서 적극 투자한 기업은 일본 기업이나 대만 기업이다. 그래서 20년 전 시장 초창기에 선점해서 돈도 많이 벌고 캐파(생산능력)도, 물량도 많은데 지금도 이익을 많이 보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이 없다는 게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자의 ‘대담한 결정’을 통해 투자를 단행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FC-BGA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1~2조 등 조 단위의 투자액이 필요한데 100조~200조원을 반도체 칩에 투자하는 대기업에겐 비교적 적은 투자액이지만 중소기업에겐 진입하기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안 사무국장은 “FC-BGA는 규모의 사업으로 돈이 많이 필요해서 중소, 중견 기업은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있다. 대기업이 이걸 끌고 가야 한다”며 “해외 기업처럼 과감히 투자해야 시장에서도 고객사가 관심 있게 보고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데 그 정도 신뢰할 만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를 고민하는 사이 시장에서 소외되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상호 신뢰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으로 기판에 부착된 반도체의 모습.(사진=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