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연소 교수였던 美폭탄테러범 ‘유나바머’…수감중 사망
by방성훈 기자
2023.06.11 11:08:52
81세 카진스키, 감방서 숨진채 발견…자살로 판명
16세 하버드 입학해 20세 졸업…24세 UC버클리 교수
사임후 숲속 은거…17년간 우편폭탄 테러로 3명 살해
"기술발전은 인류재앙…산업사회 전복해야" 주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나바머’(Unabomber)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국의 폭탄 테러범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수감 중 81세 나이로 사망했다.
| | 1996년 4월 체포된 이후 수감됐을 당시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모습.(사진=AFP) |
|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교도소 의료센터에 수감중인 카진스키가 이날 오전 자신의 감방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인은 자살로 판명됐다. 이와 관련, 카진스키는 1999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느니 사형을 택하겠다”고 말했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 동안 16차례에 걸쳐 대학교와 항공사 등에 우편으로 사제폭탄을 보내는 테러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23명이 손가락이 잘리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카진스키는 1996년 체포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유나바머는 대학과 항공사를 뜻하는 영어단어의 앞 글자 ‘Un’과 ‘a’에, 폭탄 제조자라는 의미의 ‘Bomber’를 섞어 FBI가 붙인 별명이다.
카진스키는 폴란드계 이민자의 아들로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그는 16세에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해 20세에 졸업해 ‘수학 천재’로 불렸다. 대학 졸업 이후엔 미시간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67년 24세 나이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 최연소 조교수로 취임했다. 그러나 카진스키는 2년 만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1973년 몬태나주의 숲속으로 들어가 문명을 등진 채 약 5년 동안 오두막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했다.
| | 미 일리노이주 에버그린 고등학교 1958년 졸업앨범에 실린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모습. (사진=AFP) |
|
범행이 시작된 건 1978년부터다. 카진스키는 높은 지능과 뛰어난 판단력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교란하는 치밀함을 보이며 17년 동안 수사망을 피했으나, 1995년 각 언론사에 보낸 ‘산업사회와 미래’라는 52페이지 분량의 선언문으로 꼬리가 밟혔다. 당시 그는 각 언론사에 자신의 글을 싣지 않으면 폭탄 테러를 계속하겠다고 협박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FBI와 협의 후 카진스키의 글을 신문에 게재했는데, 그의 동생 데이비드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형의 문체와 비슷하다”며 FBI에 제보했다.
이후 카진스키는 1996년 몬태나주 강가의 외딴 오두막에서 검거됐고 1998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생활을 영위하던 몬태나주 산림지역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분노가 테러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파악된다. 카진스키는 선언문에서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혁명을 통해 산업사회를 전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진스키는 수감 이후에도 자신의 사상을 담은 많은 글을 썼으며 책도 여러 권 발간했다. 미 정부는 책이 출간되는 것을 막으려 했으나 법원은 “언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책의 인세는 전액 피해자와 유족 보상금으로 쓰도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