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투입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 성공하려면 소프트웨어 경쟁력 높여야…

by이선우 기자
2022.12.10 14:53:45

9일 한국무역전시학회 추계 학술대회
한국무역전시학회 서울시 공동 주최
잠실 등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에 따른
인프라 경쟁력 강화 방안 주제로 토론
"업계 의견 반영, 우수 인재 확보해야"

한국무역전시학회 추계 학술대회가 9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전시산업 인프라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엔 학계와 업계, 지자체 등 50여 명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전시산업이 무역 2조 달러 시대의 동력 산업이 되려면 국제 수준의 전시컨벤션센터 등 시설 확충과 함께 콘텐츠와 서비스, 인력 등 소프트웨어도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국무역전시학회 추계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전시컨벤션센터 등 인프라 확충이 국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로 이어지려면 전시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시설 등 하드웨어의 경쟁력은 결국 소프트웨어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선 학계와 업계, 지자체 등에서 100여 명이 참여해 전시산업의 인프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잠실과 마곡, 서울북부역 3곳에 대단위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서울시는 이번 추계 학술대회에 공동 주최기관으로 참여했다.

황 교수는 “1979년 한국종합전시장(KOEX) 건립(마이스1.0)으로 시작된 전시산업은 2000년대 벡스코와 엑스코, 킨텍스 개장(마이스2.0), 2010년대 전시장과 전시주최사 해외 진출(마이스3.0)을 지나 새로운 4.0 시대에 접어 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행사 등 전시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시도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석 한국무역전시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에 패널로 나선 정원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시컨벤션실장은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싱가포르,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되 한국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코엑스 본부장은 디지털 소비가 늘면서 방문자 경험이 센터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봤다. 각기 다른 방문객의 취향과 니즈에 맞는 서비스 개발 등 센터 운영 전반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센터 내 안내데스크와 자판기, 광고물 등 전체 설치물 등의 갯수와 위치를 조정하고 동선 추적, 안전 관리 앱 등을 개발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주최, 디자인설치 등 전시업계는 전시컨벤션센터, 복합단지 등 시설이 활용도 높은 시설이 되려면 설계단계부터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신현대 엑스포럼 대표는 “미래 수요와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할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하면서 아직도 30년 전 코엑스를 지을 당시 기준과 패러다임으로 바라보고 있다”라면서 “시설 주 사용자인 전시컨벤션 업계의 의견 청취나 반영도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은석 한국전시디자인설치협회 회장은 “작은 건물을 하나 지을 때에도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참여설계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며 “이미 수십 년이 지난 기존 센터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효율성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회장은 또 전시산업 인프라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재 업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방에선 행사 기획을 다 하고도 운영할 사람이 없어 행사를 열지 못하는 등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 없이 인프라 확충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수진 서울시 마이스정책팀장은 “최근 발표한 서울 마이스산업 중기 발전계획 17개 과제의 핵심 키워드는 스마트와 지속가능성”이라며 “인프라 확충과 동시에 인재 양성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지방 전시컨벤션센터와 공동 마케팅, 마이스 산업에 대한 시민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업계 전체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택 전시산업평가연구원 원장은 “전시장 운영사와 주최사, 서비스 등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의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경쟁도 필요하지만 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 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전시업계가 사회통합적 가치 실현을 위해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상생·협력 문화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