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동장군이 빚은 '황금빛 명작'을 맛보다
by강경록 기자
2020.12.18 06: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이면 유독 뜨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나기 마련. 특히 강원도 평창이라면 ‘황태해장국’은 빼놓기 어려운 메뉴다. 황태는 평창의 대표적인 겨울 음식. 덕장에 널어놓은 명태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얼고 따스한 햇볕에 녹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봄까지 반복하면 명태가 황태가 된다. 속살이 노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횡계리. 이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황태덕장 마을이 있다. 바로 대관령 황태덕장마을이다. 진부령 아래 용대리보다도 먼저 이곳에 황태 덕장이 들어섰다. 황태마을의 원조인 셈이다. 용평스키장 초입의 덕장에서는 겨울철 수십만 마리의 황태를 널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관령 황태덕장에서 겨우내 숙성된 황태는 더덕처럼 부드럽게 찢어지고 약효도 뛰어나 ‘더덕북어’로 불린다. 2월 중순부터 딱 보름간만 맛보는 ‘맛태’는 덕장에서 90일 숙성돼 황태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껍질과 뼈를 제거하고 들기름에 앞뒤로 구워 맛태볶음, 맛태구이, 맛태찜, 맛태무침 등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덕장에 명태를 걸어 15일이 지나면 흑태, 30일이 지나면 30% 건조된 풍태, 60일이 지나면 50% 건조된 설태, 90일엔 70% 정도 건조돼 겨울바람과 봄바람이 만들어낸 맛태가 완성된다. 그리고 120일이 지나고 나면 90% 건조된 명품 황태다.
평창군 농수산물 전시 판매장에 가면 대관령 황태 직판장이 있다. 품질 좋은 황태뿐만 아니라 다양한 평창군 농수산물 및 관광기념품을 살 수 있다. 대관령 덕장에서 산 황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그대로 껍질을 벗겨 속살을 먹는 것이다. 이맘때 황태 맛은 최고다. 바짝 마르기 전에 아직 촉촉한 속살의 결이 남아 있어 살을 발라내는 작업도 수월하다. 그냥 먹어도 구수하지만, 불에 살짝 구우면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횡계리에는 황태 요리 전문점만도 수십여 곳이다. 맑고 구수한 황태해장국과 매콤한 황태구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메뉴다. 1985년에 개업한 황태회관에 가면 황태를 이용한 스페셜 메뉴를 만난다. 황태불고기와 황태미역국에 황태강정과 황태가스다. 오대산 등산을 하거나, 월정사를 방문했다면 오대산먹거리마을에서 전문식당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