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아파트 살 때 ‘호갱’ 안 되는 방법
by강신우 기자
2020.06.22 06:20:00
아파트실거래가 분야 1위 앱 ‘호갱노노’
이케아 가격비교서 부동산버전으로 안착
직방 230억 인수, 이용자 200만 급성장
“허위매물·담합없는 중개서비스 만들 것”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실시간 인기아파트 리스트만 보면 유망투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죠.”(웃음)
21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 17일 오전. 아파트 실거래가 애플리케이션(앱)인 ‘호갱노노’ 화면 최상단 ‘실시간 인기아파트’ 코너에는 김포·파주 등 비(非) 규제지역 유명 아파트 단지명이 줄줄이 떴다. 투자자들이 관심 깊게 본 아파트 단지명이 그대로 이 앱에 반영된 것이다.
해당 아파트를 누르면 평형대별 시세(실거래가)와 준공연도·가구수·용적률뿐 아니라 주변 학군·호재·지역 주민평가까지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당 매물 하단 ‘공인중개사 사무소’ 정보창을 누르면 곧장 물건을 등록한 중개인과 연결된다. 누적 몇 명이 전화했는지까지 확인 가능하다. 내 손안에서 아파트의 모든 정보를 보고 공인중개사 연결까지 원스톱에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200만(5월말 기준) 앱 이용자와 호갱노노앱 개발자들이 수년간 쌓아온 부동산 빅데이터(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연동)가 만들어낸 신기술, 일명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을 결합한 신조어)다. 아파트 실거래 정보서비스 분야 최정점에 호갱노노가 있다.
|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동 호갱노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심 대표는 “부동산의 정보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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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虎客)은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호갱 취급을 당하지 말자’(No no)는 뜻의 호갱노노는 처음엔 이케아 가격비교 서비스로 출발했다. 2014년12월 이케아가 국내 진출을 준비할 때 국내·외 이케아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호응을 얻자, 호갱노노라는 이름은 그대로 쓰되 두 번째 버전인 부동산 ‘호가’와 ‘실거래가’ 비교 앱을 만든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호갱노노 본사에서 만난 심상민(37) 호갱노노 대표는 “카카오에서 근무하던 당시 재미로 이케아 가격비교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호갱노노였다”며 “가격비교를 단순 소비상품이 아닌 부동산에도 접목해보고 싶어서 서비스를 넓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호가와 실거래가 비교 버전을 만들고 나니 여기저기서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며 “이후 호갱노노 창업에 몰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2015년 카카오를 나와 ‘호갱노노’란 사명으로 창업했다. 초기 투자금은 3000만원. 투자자들은 ‘호갱노노’ 이름부터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심 대표는 거부했다. 이케아 가격비교를 했던 초심 그대로 부동산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컸기 때문에 사명(社名)을 유지하겠다는 고집을 부렸다.
심 대표는 “호갱노노 부동산 버전을 만들 당시,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보면 신발 하나에 대한 정보는 A4용지로 17장 정도 나오는데, 그 비싼 아파트는 고작 2장 밖에 안되더라”며 “부동산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호갱’이라는 어감 자체도 좋지 않은데다 ‘노노’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들어가니 투자자 입장에선 꺼려지겠지만 창업을 마음먹었던 초심은 잃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호갱노노는 2018년4월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약 230억원에 인수한 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부동산 앱 실사용 순위로는 5월 기준 직방이 1위를 한 데 이어 호갱노노가 2위에 올랐다. 이어 △네이버부동산 △다방 △아파트실거래가 △KB부동산 리브온 순이다. 이 중 호갱노노는 ‘한 번이라도 꼭’ ‘매일매일’ 사용하는 앱 순위에서는 1위로 꼽혔다.
심 대표는 “호갱노노 임직원 18명 중 11명이 개발자다. 초기 창업 때는 부동산 정보를 전국을 다 커버해야 했고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를 앱과 연동하는 등 자동화하는 작업을 위해 밤낮 구분 없이 일해야 했다. 그렇게 10개월간은 무일푼으로 일했다”며 “직방은 우리가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고 했다.
|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동 호갱노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심 대표는 “부동산의 정보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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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가 아파트 실거래가 대표앱으로 자리 잡자 ‘실시간 아파트’를 활용한 조작 논란도 일었다. 일부 중개업체나 아파트 입주민들이 투자자의 눈에 잘 띄려고 일부러 특정 단지 방문 수를 늘리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눈속임도 할 수 없게 막았다. 자주 찾는 방문자와 신규 관심 방문자를 표시한 실시간 방문자 분석창을 따로 만들면서다.
심 대표는 “사실 조작을 하더라도 반짝 뜨고 바로 리스트에서 내려간다. 그러나 이번 신시간 방문자 분석창을 통해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에게 혼동이 없도록 했다”며 “방문자 중 자주 찾는 방문자가 신규 관심 방문자보다 월등히 많으면 한 번쯤 일부러 방문 수를 늘린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도록 해놨다”고 했다.
이제 호갱노노는 더 나은 품질보장과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한 광고 등을 선봬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무(無) 광고였다. 운영비로 인건비를 제외한 서버(아마존AWS) 사용료로만 월 6000만원이 나갔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은 호갱노노의 과제였다.
첫 광고 형식은 이를테면 ‘우리 집 내놓기’ 기능이나 광고비를 낸 중개업체는 해당 매물 최상단에 배치하는 등의 방식이다. 호갱노노는 이번 광고를 선보이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사 등록 공인중개업체 1만4000곳에 10만원씩 총 14억원의 광고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이번에 론칭한 ‘우리 집 내놓기’ 기능은 집주인이 매물 정보를 컨트롤하기 때문에 허위매물이 일체 없다”면서 “그렇다고 호갱노노가 중개업을 하겠다는 의미의 ‘직거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00% 호갱노노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들에게 매물 정보가 가고 그들은 공동중개없이 단독 중개로 고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3년 서울 출생 △네이버, 카카오 개발자 출신 △카카오 전사 해커톤 2회 연속 우승 △2015년 8월 ‘호갱노노’ 창업 △2018년 ‘직방’에 인수 △현재 호갱노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