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쇼핑 뺑뺑이’ 덤핑관광 퇴출시켜야
by논설 위원
2017.04.06 06:00:00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으로 유커(遊客) 방문이 급감하면서 수면 아래 숨어 있던 ‘관광 한국’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인두세 관광’이 대표적이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가로 국내 여행사들이 중국 여행업체에 유커 한 명당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4만원까지 ‘세금’을 떼어준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왕복 항공료에 불과한 덤핑상품도 수두룩하다니 ‘관광 대국’ 구호가 낯 뜨겁다.
싸구려 덤핑관광은 필연적으로 ‘쇼핑 뺑뺑이’와 ‘바가지’로 이어진다. 웃돈을 얹어 주었으니 그 비용도 메우고 돈까지 벌려면 쇼핑을 강요하고 저질 숙식으로 덤터기를 씌울 수밖에 없다. 2015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한국 관광은 쇼핑이 전부(71.5%)”라는 응답이 나온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오명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관광객 숫자에 집착한 정부와 눈앞의 이익만 좇아 과당 경쟁을 벌이는 관광업계의 합작품이다. 정부는 관광대국을 지향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워 관광객 유치에는 힘을 쏟았지만 정작 숙박·음식·교통 등 기초 인프라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업계는 업계대로 가격경쟁에 치우친 나머지 양질의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우리와 달랐다. 2012년 우리나라 외래 관광객이 1100만명일 때 일본은 830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 후인 지난해 2400만명으로 우리의 172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5년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관광 비전회의’를 발족시키고 관광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것이 주효했다. 비자 규제를 과감히 푸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품격 상품을 개발하는 등 민관이 총력을 펼친 결과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유커 단체여행에 의존해 온 관광산업은 지금 위기다. 하지만 체질을 다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드보복 탓만 할 게 아니라 ‘덤핑관광’, ‘뺑뺑이 쇼핑’을 뜯어고쳐야 한다. 저질 싸구려 구조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고품질 구조로 탈바꿈시키고 동남아와 중동 지역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관광 한국’의 미래 전략을 새로이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