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 사람]"꽁트·막장극·패러디..홈쇼핑에 한계가 있나요?"

by임현영 기자
2016.11.07 07:00:00

'1분 홈쇼핑' 진행하는 김익근,이솔지 쇼호스트
스마트폰으로 1~2분짜리 영상보는 세태 반영
"장난치듯 아이디어 기획미팅..즐겁게 회의하죠"

‘1분 홈쇼핑’을 진행하는 이솔지 쇼호스트(왼쪽)와 김익근 쇼호스트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주스 이름이 샤워니까. 아예 스튜디오에서 주스로 샤워하는거야” “막장 드라마 콘셉트도 괜찮겠다. 내가 시어머니고 니가 며느리. 알고보니 니가 내 딸인거지. 그걸 알자마자 내가 마시던 주스를 그대로 뿜는거야. 하하하”

얼핏 개그 기획안이나 예능 프로그램 회의같다. 그러나 모두 틀렸다. 정답은 홈쇼핑 영상을 위한 회의. CJ오쇼핑이 선보인 ‘1분 홈쇼핑’을 진행하는 김익근(32)·이솔지(32) 쇼호스트에게 즉석에서 판매 영상 아이디어를 부탁해봤다. 대상 제품은 인터뷰하면서 마신 ‘비타민 샤워’라는 과일 주스. 질문이 끝나자마자 샤워·막장드라마·인기 CF패러디 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지난 2일 서울 남태령 CJ오쇼핑 사옥에서 만난 두 동갑내기 쇼호스트에겐 시종일관 유쾌한 기운이 넘쳤다. 김 쇼호쇼트는 “실제 1분홈쇼핑 기획 회의와 거의 흡사했다”면서 “회의에서 PD, MD, 저와 솔지 등이 농담반 진담반 떠들다 보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1분 홈쇼핑’의 기본 콘셉트는 1~2분 내외의 영상에 2명의 쇼호스트가 상품 정보를 재치있게 전달하는 것. 보통 60-70분 분량의 TV홈쇼핑과는 전혀 다르다. 최근 젊은 층들이 스마트폰으로 재미가 가미된 짧은 영상을 즐기는 세태를 반영했다. 딱딱한 정보 전달도 없다. 짧은 드라마부터 분장, 영화·광고 패러디 등 기존 홈쇼핑에선 상상도 못하던 방식으로 상품을 소개해 왔다.

틀을 깨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현재 1분 홈쇼핑 페이스북 페이지는 출시 1년 만에 500만명 이상이 구독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장난스레 찍은 영상같지만 준비과정은 간단하진 않다. 일단 1주일 전 협력사 대표, 쇼호스트, PD, 작가 등이 모여 상품의 특징과 부각할 포인트 등을 살릴 콘셉트를 논의한다. 이후 촬영 전날 나온 대본을 바탕으로 2-3시간 가량 녹화한다.

‘1분 홈쇼핑’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미’다. “유머게시판, SNS유행 동영상, 예능 등은 꼭 챙겨본다”는 김 쇼호스트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 아이디어도 즐겁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상당수의 판매영상이 B급 유머를 기반으로 한다.

두 사람의 케미(조화롭다는 뜻)도 빼놓을 수 없다. ‘잘 어울린다’ ‘사귀는 거 아냐’ 는 댓글이 절반 이상일 정도다. 알고보니 세종대학교 04학번 동기다. 그러나 각각 다른 학과(경영학·영화예술학)라 서로의 존재는 전혀 몰랐다. 이전까지 경력은 다양하다. 김익근 쇼호스트는 MBC 개그맨 공채로 입사해 이후 게임캐스터 이력이 있으며 이솔지 쇼호스트는 CJ E&M 아나운서로 3년 간 활동한 뒤 CJ오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오덕후의 밤’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1분홈쇼핑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을 겨냥해 기획한 판매 방송이다. 심야(새벽 2시)에 피규어·드론·DJ턴테이블 등 이른바 키덜트(아이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보인다. 매출도 기대 이상이다. 지난 5월 판매한 드론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임에도 1시간 동인 21개가 팔렸다. 백화점에서도 한 달에 10대 미만 팔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전형적인 홈쇼핑의 틀을 깨고 싶다’는 포부를 함께 전했다. 김 쇼호스트는 “1분홈쇼핑·오덕후의 밤이 신입사원 자기소개서에 가장 많이 언급된다고 하더라”면서 “홈쇼핑의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록 파격적인 기획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솔지 쇼호스트(왼쪽)와 김익근 쇼호스트가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오쇼핑 ‘오덕후의 밤’ 방송장면. 김 쇼호스트가 직접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