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 극한알바…한여름 인형탈 쓴 배우들

by이윤정 기자
2016.08.09 06:16:00

가족뮤지컬 '정글북' '로보카폴리 2' 등서
두꺼운 동물의상·인형탈 입고 열연 중
장원령 "곰 의상 너무 덥지만 어린이 위해 감내"
손승현 "행복한 정글 보여주기 위해 최선"
송햇귀로니 "폴리 만난 꼬마들 흥분…보람 느껴"

가족뮤지컬 ‘정글북’의 한 장면. 털이 달린 동물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80분간 무대를 누비며 열연을 펼친다. ‘곰’ 역을 맡은 장원령은 “실감나는 동물을 표현하기 위해 더운 것쯤은 감수한다”며 “가족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 PMC네트웍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조사에 따르면 4년 연속 여름철 최악의 ‘극한 알바’로 인형탈 아르바이트가 꼽혔다.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두꺼운 인형옷을 입고 온갖 ‘재롱’을 펼치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이들의 모습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화제다.

무대 위에서도 인형탈을 쓰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2시간가량 털이 달린 의상을 입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어린이공연의 배우들이다. 극장 안에 에어컨을 가동한다곤 하지만, 통풍이 잘되지 않는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다 보면 땀이 비오듯 흐른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지켜주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기꺼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족뮤지컬 ‘정글북’의 한 장면(사진=PMC네트웍스).


△“너무 덥지만 어린 친구들에게서 에너지 얻어”

오는 28일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정글북’은 ‘난타’의 프로듀서 겸 배우 송승환이 처음 선보이는 가족뮤지컬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명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정글의 생생한 모습을 무대에 구현해냈다. 곰·호랑이·늑대 등 12종의 동물을 표현한 의상과 실감 나는 안무, 감미로운 뮤지컬넘버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실제 크기에 버금가는 ‘코끼리’의 재치있는 대사와 몸짓은 웃음을 자아낸다.

뮤지컬을 진두지휘하는 정태영 연출은 “객석의 온도는 23.5도로 비교적 시원하지만 무대 위는 조명 때문에 온도가 더욱 높다”며 “털이 달린 동물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잘 참고 멋진 연기를 보여줘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장원령(왼쪽)과 손승현(사진=PMC네트웍스).
극 중 발루(곰) 역의 장원령(37)과 아켈라(늑대 대장) 역의 손승현(35)은 80분간 털이 달린 인형 복장을 입고 무대를 누빈다. 이들은 네 발로 무대를 기어다니기도 하고 큰 나무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두 배우 모두 동물 역을 연기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덥다’를 꼽았다.



장원령은 “평소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데 아무래도 곰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다 보니 너무 덥다”며 “그래도 매회 어린 친구들이 주는 신선한 에너지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손승현은 “모든 연령대가 행복한 정글에 갔다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더운 걸 참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만큼 재밌게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어린이뮤지컬 ‘로보카폴리 2: 별자리 캠핑 대소동’의 한 장면(사진=PMC네트웍스).


△1시간 넘게 ‘폴리’ 인형탈 쓰고 열연

오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로보카폴리 2: 별자리 캠핑 대소동’에서도 주연배우들은 더위와 싸우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캠핑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위급 상황을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폴리 구조대의 활약을 그린다.

배우 송햇귀로니(사진=PMC네트웍스).
‘폴리’ 역의 송햇귀로니(33)는 1시간 15분 동안 폴리 인형탈을 쓰고 열연을 펼친다. 송햇귀로니는 “탈을 쓰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더운 것은 사실”이라며 “애니메이션 속의 폴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캐릭터가 가진 감정이나 느낌을 생생하게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다 보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긴다. 무대 아래로 내려갔을 때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든가, 엔딩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 뒤로 퇴장하면 집에 가기 싫다며 객석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꼬마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깜짝이벤트로 객석에 등장하는 시간이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면서 다리를 붙잡는다든지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탈을 쓰다 보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순간 넘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객석인사 후에 무대로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서 이상한 춤을 추기도 한다. 하하.”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는 말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낀단다. 송햇귀로니는 “TV로만 보다가 눈앞에 살아 있는 폴리를 만나 한껏 들뜬 아이들을 보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거 같아 매우 기쁘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탈로 인해 느끼는 더위나 무게는 자연스럽게 잊는다”고 배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어린이뮤지컬 ‘로보카폴리 2: 별자리 캠핑 대소동’의 한 장면(사진=PMC네트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