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음주 추태 심각... “힐링하러 갔다가 킬링할 뻔”
by이순용 기자
2013.07.27 12:15:01
수분 부족한 여름, 알코올 흡수 빨라 더 빨리 취해
캠핑장서 지켜야 할 알코올 섭취량, 남성40g-여성20g
숙취 고통 피하려면 삽겹살-라면 대신 생선-조개탕으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가족과 야영을 위해 캠핑장을 찾은 김모씨는 힐링하러 갔다가 되려 고통만 받고 왔다고 토로한다. 김모씨는 “새벽 1시가 넘도록 술 마시고 웃고 떠드는 단체 캠핑족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면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소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모처럼 캠핑을 갔다가 소위 꼴불견 캠핑족 때문에 얼굴만 붉히고 돌아오는 것이 비단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한밤 중 음주로 인한 고성방가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캠핑은 가족 단위로 가는 경우가 많아 어린 아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소주병, 맥주캔 등이 즐비하다.
이에 대한 불만 사례가 늘어나자 일부 캠핑장은 아예 단체 캠핑족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밤 10시 이후에는 캠핑장 입장을 금하고 심야의 자동차 출입을 금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장 내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 캠핑장이나 불법으로 운영되는 캠핑장의 경우는 그렇다 할 대책도 없이 속수무책이다. 꼴불견 캠핑족에 대한 강제적인 제약도 필요하지만 ‘캠핑은 곧 음주’라고 생각하는 술에 관대한 사회적인 인식부터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캠핑장에서의 과도한 음주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만 술을 마시는 당사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캠핑장 음주가 위험한 이유와, 알아두면 좋을 캠핑장 건강음주법에 대해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박사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여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술에 빨리 취한다.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땀이 많이 나 몸 속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기 쉽다. 여름에는 체온 조절을 위해 말초 혈관이 확장되는데 이미 확장된 혈관을 알코올이 더 확장시키기 때문에 심장박동이 빨라져 알코올 흡수도 빨라진다. 다른 계절보다 여름이 술에 더욱 취약한 이유이다.
또한 더운 날 마시는 술은 마실 때에는 시원하지만 알코올의 발열작용으로 인해 체온은 오히려 상승한다. 체온이 상승하면 신장의 열도 높아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몸 속 장기에 무리가 가기 쉽다. 때문에 술을 연거푸 마시다 보면 열을 식히기는커녕 결국 취하기만 하는 것이다.
캠핑장에서 술은 빠지지 않는다. 야외에서 기분을 내기 위해 가볍게 마시는 한 잔 술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캠핑장에서의 과음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캠핑장에서는 대개 숯불에 바비큐를 하거나 식재료를 직접 구워 먹는 경우가 많아 화상 우려가 있다. 불이 꺼졌다 하더라도 열기가 식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위험하다. 음주 상태에서는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지고 위기 대처 능력 또한 떨어진다.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 더구나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늦은 저녁에도 날이 밝다. 자연히 술자리가 길어지고,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일 알코올 적정섭취량은 남성 40g, 여성 20g이다. 주종에 따라 살펴보면, 소주의 경우 한 잔에 들어있는 알코올 양은 8g 정도. 따라서 남성은 5잔(한잔 48ml기준), 여성은 2.5잔 이하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맥주의 경우 1캔(355ml)에는 13g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즉 남성은 캔 3개, 여성은 1개 반 이하를 적정 음주량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정음주량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 해독 능력과 음주량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각자 음주 후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단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알코올 해독 능력이 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니 되도록 음주 자체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 중 혀가 꼬이거나 직선 방향으로 걷기 힘든 것과 같은 신호가 나타난다면 이미 취한 것이니 주위에서 음주를 중단시켜야 한다. 또한 술을 마실 때마다 조절하지 못하고 만취하거나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술을 금해야 한다.
전용준 박사는 “휴가의 절반은 음주로, 남은 절반은 숙취로 보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진정한 휴가를 위해서는 되도록 ‘술 없는 휴가’를 권한다”고 말했다.
▷ 술은 반드시 식사 후에 = 술 마시기 전에는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이 좋다. 음식물이 위벽을 보호하여 알코올의 흡수를 더디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식사 후 마시는 술이라고 마음 놓고 마시는 것은 금물. 일주일 동안 마신 술의 총량이 주종에 관계없이 15잔을 넘기면 건강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 바비큐는 육류 대신 생선으로 =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어떤 안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알코올 해독이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다. 캠핑장에서 주로 먹는 음식은 삼겹살, 소시지 등의 육류는 기름기가 많고 위에 부담을 주어 알코올 분해를 방해한다. 다음 날 가뿐하게 아침을 맞고 싶다면, 삼겹살 대신 생선구이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얼큰한 국물 대신 시원한 국물로 = 캠핑장 인기메뉴인 라면과 부대찌개가 안타깝게도 숙취해소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짜고 매운 국물이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빨갛고 얼큰한 국 대신 맑고 시원한 조개탕, 콩나물국 등이 숙취를 예방하는 데에 좋다.
그 밖에도 치즈, 두부 등 저지방 고단백 안주가 좋고, 수박, 참외, 자두, 토마토 등의 여름 제철 과채에는 수분과 비타민 함량이 높아 숙취 예방에 도움을 준다.
▷ 많이 대화할 것
대체로 술 마시는 속도가 취하는 속도와 비례한다. 따라서 술을 마실 때에는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대화를 하면서 마신다면 그만큼 술잔을 비우는 횟수나 속도가 느려져 덜 취한다. 마시는 술의 10%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니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호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