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유럽 재정위기, 오히려 기회..전략형 신차로 돌파"

by김현아 기자
2011.09.22 08:51:54

"경제위기 침착 대응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큰 기회"
현대기아차, 올해 69만8000대 판매 목표..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참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유럽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방문, i40와 신형 프라이드 등 유럽 전략형 신차를 앞세워 경제위기를 돌파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일(화)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 체코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품질을 점검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현대·기아차의 유럽판매법인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정몽구 회장의 이번 현장경영은 지난 6월 미국 현장경영을 펼친 이래 3개월만이다. 
 
유럽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유럽 시장에서 아시아업체로는 최다판매를 기록한 데 대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한편, 한-EU FTA 발효에 따른 대응 전략을 집중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하반기 첫 해외 현장경영 지로 유럽을 택한 것은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등 재정위기로 유럽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의 경제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 한편, 판매전략과 품질을 재점검함으로써 유럽공략의 고삐를 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정몽구 회장이 21일(현지시간)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품질을 점검한 뒤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정몽구 회장은 유럽 방문기간 동안 현지 직원들에게 유럽 경제위기에 불안해 하지 말고 유럽 전략형 신차를 앞세워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유럽 자동차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꾸준한 상승세로 일본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게 된 것은 회사를 믿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준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치하하며 "유럽 경기침체 상황에 불안해 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던 저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유럽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최근 유럽시장에 선보인 i40와 신형 프라이드는 유럽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개발한 신차"라며 "유럽 전략형 신차들이 성공적으로 유럽 판매를 견인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정몽구 회장이 유럽 전략형 신차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한 것은 이 신차들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를 견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품질경쟁력을 갖춘 유럽 전략형 신차를 적기에 출시함으로써 유럽 현지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다.

10년 전인 2002년만 해도 현대·기아차의 유럽지역 시장점유율은 2.1%(현대차 1.6%, 기아차 0.5%)에 불과했지만, 최근 수년간 유럽 전략형 신차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올 8월까지 시장점유율을 4.8%(현대차 2.88%, 기아차 1.9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달에는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에 진출한 이래 월간 역대 최대 점유율인 5.8%(현대차 3.48%, 기아차 2.35%)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유럽 전략형 모델 i30를 2007년 하반기부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다가 2008년 말 체코공장을 완공한 뒤부터는 이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공략 선봉에 서게 했다.

i30가 유럽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면서 i30 판매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2007년과 2008년 유럽시장의 i30 판매는 각각 2만5685대, 6만1406대에 그쳤지만, 본격적인 현지공장 생산이 시작된 2009년에는 9만5391대로 전년대비 55.3%나 성장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2008년 인도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소형차 i10과 i20를 유럽시장에 투입했으며, 지난해에는 다목적 소형차 ix20를 체코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부터 유럽 현지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 중형 i40는 유럽인들의 감성을 적극 반영한 신차로, 현대차는 i40 판매 확대를 통해 판매 비중이 약했던 중형차급 판매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 13일 개막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i30 후속모델을 내년 초부터 체코공장에 투입함으로써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2006년 말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완성하고 유럽 현지 전략형 모델인 씨드를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씨드는 한 해 동안 유럽지역에서 총 9만여대가 판매되며 기아차 유럽 판매 차종 중 단숨에 판매 1위에 올라서는 등 기아차 유럽 판매를 견인했다.

또한 기아차는 2009년 말부터 다목적 소형차 벤가를 유럽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함으로써 유럽형 현지 전략형 모델 라인업을 더욱 강화했다. 

기아차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신형 프라이드 3도어 모델을 비롯해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성이 강조된 프라이드 5도어 모델 등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해치백 모델의 판매를 강화해 유럽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올해 8월까지 44만4926대(현대차 26만4941대, 기아차 17만9985대)를 판매한 데 이어 연말까지 전년(62만911대) 대비 12.4% 증가한 69만8000대(현대차 40만5000대, 기아차 29만3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 21일(현지 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에서 정몽구 회장(사진 좌측)과 독일 최대 철강회사인 티센크룹(ThyssenKrupp) 에크하르트 슐츠(Ekkehard Schulz) 전 회장(현 티센크룹 감사위원)이 만나 상호 협력방안에 대해 환담을 나눴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21일(현지 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에서 독일 최대 철강회사인 티센크룹(ThyssenKrupp) 에크하르트 슐츠(Ekkehard Schulz) 전 회장(현 티센크룹 감사위원)을 만나 협력방안에 대해 환담을 나눴다.
 
티센크룹은 지난 2007년 현대제철과 기술제휴 협약을 맺고, 주요 조업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은 고로 1기에 이어 2기까지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에는 3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제64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한다. 정몽구 회장이 해외 모터쇼를 참관한 것은 200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도쿄모터쇼 이후 8년만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최우선 경영과제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량 강화’라는 경영방침을 발표한 뒤 미국을 비롯 유럽지역의 판매 및 생산법인을 방문해 현안을 점검하면서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