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5000억 사재출연 왜?

by김현아 기자
2011.08.28 13:05:20

개인 기부로 사상 최대 액수
정몽구 회장 "저소득층 인재 육성은 필생의 사업"
몰아주기 논란 속 글로비스 지분 매각 연장선 평가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086280)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 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정 회장의 출연규모는 개인 기부 규모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얼마전 현재중공업 그룹 등 범 현대가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아산 나눔 복지재단(5000억 규모)'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사재 2000억원(현금 300억원, 주식 1700억원)을 출연한 적은 있지만, 정몽구 회장보다는 적다.
 
이처럼 사상 최대 기부에 나선 것은 "남은 일생동안 저소득층 자녀의 사회적 계층 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주는 데 힘쓰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비치 재단이 최우선 사업을 '저소득층 인재육성'으로 바꾸고,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가다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각에선 계열사 몰아주기 논란 속에서 정 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율을 낮춰가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이행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 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면서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현대차 한 임원은 "회장님은 회사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계신데, 특히 필생의 사업으로 사회 구조의 변화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고 싶어 하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비치 재단은 '저소득층 인재지원'을 재단의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우수인재 육성 전문 프로그램 운영▲문화 예술 체육 분야 저소득층 우수인재 양성 ▲국가 유공자 자녀 교육 지원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 발굴 등이다.

특히 높은 대출 이자로 신용 불량 등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번 사재 출연외에도 2007년 600억원, 2008년 300억원, 2009년 900억원 등 총 세차례에 걸쳐 글로비스 주식 1500억원 상당을 해비치 재단에 기탁했다.
 
이번에 추가 출연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18.11%에서 11.09%로 낮아진다.
 
▲ 정몽구 회장 해비치 재단 출연규모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경제개혁연대 측은 계열사 몰아주기 소송에 대해 쌍방 항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공익적인 방향으로 처분하기로 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이번 5000억원 사재출연 역시 이같은 약속의 연장선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