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3년 5개월, 법원의 선택은?

by오마이뉴스 기자
2009.10.25 21:25:11

곳곳에서 부는 황우석 재기론... 26일 오후 2시 1심 선고 공판 열려

[오마이뉴스 제공] 줄기세포 조작논문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공판이 오는 26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이 황 박사 등을 '조작된 논문을 발표하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 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 등(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지 무려 3년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한 연구자의 올바르지 못한 연구태도와 과욕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논문을 조작했다"며 황 박사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 사건에 연루된 연구팀의 서울대 이병천 교수과 강성근 전 교수에겐 징역 1년 6개월을, 김선종 전 미즈메디 연구원에겐 징역 3년을, 한양대 윤현수 교수에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받았다.

이번 공판의 유·무죄 판단은 황 박사 등이 논문이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연구지원비를 받았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지난 2004~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조작은 김선종 연구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황 박사 등의 인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또 이에 따라 줄기세포 논문 조작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그 진위는 학계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라며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국익'과 '연구윤리'·'취재윤리'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사안인 만큼 3년여 간의 법정 다툼도 치열했다. 지난 8월 결심 공판 때까지 총 43회의 공판이 진행됐고, 총 100명의 증인이 신청돼 그 중 60여명이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도 두 번이나 교체됐고, 20여 명의 변호사가 투입됐다.

특히 황우석 박사의 재기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법원의 판단에 따라 3년 전의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이 황 박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이틀 뒤인 8월 26일, 경기도는 황 박사와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형질전환 복제돼지 및 무균돼지 등을 공동 연구하기로 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지자체가 앞장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감옥살이를 할지도 모를 황 박사와 연구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2일엔 정우택 충청북도 도지사가 황 박사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수암연구원)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의 협력방안을 모색할 뜻을 내비쳤다. 황 박사는 이날 수암연구원에서 복제에 성공한 사자견과 진돗개 1마리씩을 정 지사에게 기증했다.

황 박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난 7월 정 지사가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이고 국민과 전 세계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하셨는데 그 말씀을 깊이 새기고 더욱 정진하겠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니 지켜봐달라"며 재기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황 박사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결집되고 있다. 지난 9월 9일에는 기독교인 시민단체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황 박사 등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고, 같은 달 14일에는 조계사 신도 2만 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회의원들도 앞 다투어 나서고 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이 지난 12일 탄원서를 제출한데 이어, 지난 23일엔 한나라당 권영석 의원 등 국회의원 22명이 2차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3년 전 '황우석 사태' 당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은 '황우석 재기론'에 대해 "우리나라 과학계가 다시 국제적으로 망신당할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침묵과 열광 :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를 펴낸 한재각 전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검찰의 구형에도 불구하고 지방지치단체나, 정치인들이 지원하고 나섰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황우석 박사는 과학계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치욕적인 상황을 만들었던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황 박사의 재기를 이 사회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논문조작과 같은 비윤리적 상황의 재발은 물론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애국주의 광풍이 결합된 상황이 다시 도래할 것"이라며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일련의 흐름과 결합한다면 한국 사회에 큰 불행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황우석 박사가 논문을 조작한 것과 법원의 판결은 별개의 문제"라며 "현재 배아복제 기술이 전 세계의 기술 속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고 일각에서 불고 있는 '황우석 재기론'을 일축했다.

김 위원은 특히 정치인들이 황 박사에 대한 사법부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생명공학 기술이 국가경쟁력과 동일시되면서 그 연구의 절차나 내용에 대해 꼼꼼히 따지는 과정이 부족하다"며 "정치인들이 오히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과학기술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

▲2월 황우석 교수팀, '인간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 발표(3월12일자 사이언스 표지 논문)
▲5월 '네이처', 황우석 교수팀 내 연구원의 난제 제공 관련 의혹 제기

△2005년

▲1월 서울대, 수의대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기관등록 및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연구책임자 황우석)승인
▲5월 황우석 교수팀,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 발표(6월17일자 사이언스 표지논문)
▲11월 22일 , 황우석 교수팀 난자매매 의혹 방송, 여론의 집중 포화 맞음
▲11월 28일 광고 전면 중단
▲11월 24일 황우석 교수팀, 난자 사용 시인 대국민 사과 및 공직 사퇴 발표
▲12월 5일 '젊은 과학 연구자들의 정보교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사이트 등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보충자료 줄기세포 사진 44장 중 5쌍이 동일한 사진이라는 의혹 제기
▲12월 6일 BRIC 등, 2005년 사이언스 논문 DNA핑거프린트 관련 실험 데이트 조작 의혹 제기
▲12월 15일 PD수첩, 줄기세포 조작 의혹 방송
▲12월 18일 서울대 조사위, 황우석 박사 등의 연구 성과 재검증 착수
▲12월 23일 서울대 조사위, "줄기세포 없다"는 요지의 중간 조사발표 뒤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 검찰 수사의뢰

△2006년

▲1월 10일 검찰 수사팀 구성
▲3월 서울대, '논문조작, 난자불법매매 등 문제 제기' 사이언스지 논문 철회로 연구 승인취소
▲4월 서울대, 황우석 교수 파면
▲5월 12일 검찰, 줄기세포 논문조작관련 황 박사 등 6명(사기 등) 불구속 기소
▲6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황우석 연구팀 첫 공판
▲7월 4일 황우석 박사, 논문 포괄적 조작 지시 혐의 인정
▲7월 25일 검찰, 황 박사의 민간단체로부터의 금전 후원 요구 경위 추궁

△2007년

▲1월 30일 황우석 박사·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 법정에서 서로에게 논문 조작 책임 전가하는 진술 펼침


△2009년

▲2월 18일 황우석 연구팀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난자제공 여성 '패소'
▲2월 23일 법원 정기 인사로 배석 판사 일부 변경
▲6월 29일 황 박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 진행
▲8월 24일 검찰, 황우석 교수팀에 대해 징역 4년 구형
▲9월 9일 기독교인 시민단체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황우석 교수팀 선처 요구 탄원서 담당 재판부에 제출
▲9월 14일 조계사 신도 2만명 탄원서 제출
▲10월 12일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 탄원서 제출
▲10월 15일 24개 구청장 탄원서 제출
▲10월 23일 한나라당 권영석 의원 등 국회의원 22명 2차 탄원서 제출
▲10월 26일 황우석 교수팀 6명 선고 공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