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7.06.24 18:53:01
현대차지부, 25~27일 2시간 순환파업 철회..노조동력 약화 반증
28~29일 파업은 강행키로..그러나 내주 노조안팎 여론이 변수
FTA 파업뒤 시작되는 임단협도 부담..노조 집행부 고민 클 듯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내주 예정된 한미 FTA 반대파업중 25~27일 권역별로 2시간씩 예정된 순환파업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그러나 28~29일 파업은 강행키로 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지부는 24일 울산공장에서 이상욱 지부장 주재로 긴급 모임을 갖고,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된 한미 FTA 반대파업중 25~27일 2시간 짜리 ‘순환파업’은 철회하되 28일과 29일 예고된 4시간 및 6시간의 전국단위 파업은 강행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한미 FTA 파업에 노조 간부만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렸던 현대차지부 산하 정비위원회는 이날 모임을 거친후 당초의 방침을 번복했다. 즉, 28일과 29일 파업에는 노조 간부 뿐만 아니라 일선 조합원들이 모두 파업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지부의 FTA 파업 참여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005380)지부가 외견상 노조 안팎의 여론을 반영해 FTA 파업수위를 낮춘 듯 하지만, 정비위원회 등의 흩트러진 전열을 다시 추스려 28일과 29일 파업에 노조의 동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회사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해마다 거듭돼온 현대차 파업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초 시무식 폭력사태와 일부 노조 간부들의 납품·비리까지 더해져 현대차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욱 커졌다.
특히 노조는 한미 FTA 체결시 자동차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주장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오히려 자동차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로선 현대차지부가 FTA 파업에 앞장서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현대차지부는 몇몇 언론이 진실을 왜곡한 결과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한미 FTA에 대해 국민들이 정말로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노조가 국민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는지를 차치하고, 현상으로 나타나는 여론은 현대차의 FTA 파업에 싸늘하기만 하다.
현대차지부로선 이러한 여론 악화가 무척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선 파업강행시 현대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소위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매우 구체화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노조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대차지부는 이와 더불어 노조 내부의 반발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선 노조원들 사이에선 FTA 파업추진 과정에서 ‘파업 찬반투표’가 돌연 취소된데 대한 불만이 많았다. 노동조합의 생명인 민주적 절차가 무시됐다는 항의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차지부 산하의 정비위원회가 지부방침에서 이탈을 했다. 고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내주 예정된 FTA 파업에 2700여명의 조합원을 대신해 130명 정도의 간부 사원만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 노조 내부가 술렁거리는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지부로선 노조의 전열을 정비할 필요성을 갖게 됐고, 파업을 하루 앞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차지부는 부정적인 여론과 정비위원회의 당초 결정을 존중, 전체적인 파업시간은 줄이되 28~29일 파업에는 집중하자는 선에서 전열을 수습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지부는 2시간짜리 순환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이 파업의 역량을 28~29일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산별노조로 전환한 현대차로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결정한 한미FTA 반대파업에 참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 집행부로선 조직동력 약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산별노조(금속노조) 전환 원년을 맞이해 한미 FTA 투쟁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것이라고 누누히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순환파업 철회에서 보듯이 조직의 동력이 집행부의 의지대로 따라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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