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녀 그녀들의 소중한 한가닥 이제, 털이 금이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10.18 12:01:00

모발·모공 상태 진단 “음식은? 술담배는 하는지?”
생활 습관도 물어 각질 제거·산소 마사지… 두피 스케일링은 3만~8만원

[조선일보 제공] 반신욕, 족욕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면 이젠 머리다. 발끝과 고급 스파의 만남이 이제 두피와 스파의 만남이 된 것이다. 이름하여 ‘헤드 스파(Head Spa)’. 몇몇 고급 미용실을 중심으로 헤드 스파로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두피 케어를 내세운 ‘모발건강 관리센터’의 콘셉트를 차용한 것. 고급 스파처럼 아로마향이 가득한 방에서 명상음악을 들으며 두피와 모발 관리, 손·발 마사지 등을 통해 피로를 풀 수 있는 신개념 공간이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탈모 관리에 특히 관심이 많은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다. 지난 6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헤드 스파 ‘알트 앤 노이(Alt & Neu)’엔 대기업 CEO와 전문직 종사자 등이 찾기 시작해 어느새 일반 회사원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1주일에 한 번 정도, 석달 가량 관리를 받는다.


▲ 두피 트리트먼트 마사지를 하면서 아로마손 마사지도 병행한다.
우리나라도 ‘알트 앤 노이’를 비롯해, ‘보스코 by 김선영’, ‘르네 휘테르 인스티튜트’, 박은경 뷰티살롱 ‘두피 클리닉’ 등 전문 살롱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헤드 스파는 일본과 유럽, 인도 등의 전통 마사지가 스파와 결합돼 두피에 접목된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에선 이미 수년 전에 자리잡은 아이템. 일본에선 현재 70% 이상의 미용실이 헤드 스파 코너를 갖추고 있다.

이 중 이희 미용실의 헤드 스파 브랜드 ‘알트 앤 노이’ 를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받는 것은 두피와 모발 상태 체크. 100배에서 40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렌즈가 달린 전문기계로 모공 상태와 탈모 정도, 두피 색깔, 모발 두께 등을 진단받는다. 이날 헤드 스파를 찾은 김윤혜(36)씨의 상태는 스트레스로 인해 모공이 막힌데다, 뾰루지를 강제로 뜯어낸 흔적이 있었고, 모발 두께도 불규칙했다. 탈모 진행단계는 1단계로 아직 염려할 필요는 없었지만 정수리쪽 특별관리가 필요했다.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지, 술담배는 어느 정도 하는지 등 각종 식습관 체크를 한 뒤 케어룸으로 향했다. 보통 지성, 건성, 민감성, 각질 피부, 탈모 관리 등 종류별로 나눠 집중관리를 받게 된다.


▲ 스팀 속에서 모발 마사지 중.
김씨가 이날 받은 코스는 45분짜리(11만원) 스페셜 케어. 맞춤 코스로 트러블성 두피 문제를 해결한다. 알트 앤 노이 프로그램은 ‘베이직 케어’(30분/8만원)에서부터 최고급인 ‘앱솔루트 케어’(90분/22만원)까지 다양하다. 머리를 감으며 나무막대로 두피의 각질을 제거하는 두피 스케일링의 경우 3만~8만원으로 저렴한 편. 때문에 학생들도 자주 찾는다.

스파용 가운을 입고,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온 ‘유메(꿈)’ 의자에 누운 뒤 아로마향 스팀 수건을 얼굴에 올리는 준비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클렌징(스케일링)에 들어갔다. 클렌징 후엔 본격적인 마사지 단계. 피부 마사지처럼 두피도 타월 바스(Bath)를 한다. 타월을 감은 뒤 따뜻한 물로 서서히 적셔 마사지를 하는 것. 또 두피와 피부 동시에 스팀을 쪼이며 모공을 연다.


샴푸로 묵은 각질을 제거한 뒤 본격적인 두피 트리트먼트가 이뤄진다. 영양제를 바른 뒤 15분 정도 방치하는데, 이때 손 마사지도 병행된다. 말단신경을 자극해 피로를 풀고, 손바닥의 경혈점을 눌러줘 혈액순환을 돕는다. 


▲ 두피에 스포이드로 에센스를 도포하고 있다.
두피관리가 끝났으면 10분 정도 모발 트리트먼트를 한다. 특이한 것은 산소 마사지. 피부에 생기를 주는 산소를 직접 두피에 쏘아 모공을 열고 청량감을 준다. 마지막으로 두피 수축을 위해 손가락 튕기기와 손 세워 쳐주는 마사지 기법으로 마무리한다. 김씨는 “시술 받는 동안 잠이 솔솔 왔다”며 “각종 마사지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담당자의 설명처럼 디톡스(해독)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스트레스(스트레스 감소)의 느낌이 온다는 게 체험자의 반응이다.



끝난 뒤엔 다시 전문기계로 두피 상태와 모발 정도를 체크한다. 김씨의 경우 막혔던 모공이 뚫리고, 각질도 상당히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스파를 받은 다음날은 머리를 감지 않는다.



탈모 관리등 모발 케어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두피·모발 관련 시장도 대폭 커졌다. 2002년만 해도 약 2000억원 규모이던 탈모 관련 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 선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다한 남성호르몬 분비와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남성들의 ‘고질병’이라고 불리던 탈모현상도 이제 여성들에게도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과도한 염색과 탈색,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으로 이미 300만 이상의 여성들이 탈모로 고민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모발 관리 전문 업체인 스벤슨 역시 ‘스벤슨 레이디’를 내놓은 뒤 여성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다보니 탈모나 두피 케어 제품 역시 대폭 쏟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초 ‘리엔 한방 헤어사이언스’를 수퍼마켓 브랜드로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모앤 모아’(LG생활건강)와 ‘직공 모발력(CJ라이온사),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 샴푸’와 난다모 생활건강의 ‘난다모’는 이미 수년전부터 홈쇼핑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히트 상품. 보통 300㎖에 2만원~10만원선. 고급 샵 제품 못지 않은 고가인데도 큰 인기다. 매년 평균 30%이상 판매가 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황토 회사인 오색황토(송학)도 동아제약과 제휴해 최근 모발 관리 제품을 내놓았다.

오색황토 제품개발팀 강경민 이사는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의 모발 관리 관심이 크게 높아진 걸 느낀다”면서 “점점 커지는 두피와 모발 케어 제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