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없어요”…집 구하기 전쟁 ‘경기’까지 번졌다
by이다원 기자
2025.12.01 05:00:00
서울·경기 전세 매물 동반 급감
서울 수요 이동하며 경기 품귀 심화
신고가·호가 상승…내년 불안 우려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서울·경기 등 수도권 전세 시장에서 매물이 빠르게 줄며 전세 품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 신규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진 수요가 경기도로 이동하는 가운데 시장에 나온 전세 물건까지 급감하면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경기 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 9033건으로 연초 3만 1110건 대비 약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3만 1814건에서 2만 5272건으로 약 20% 줄었다. 서울·경기 모두 매물 부족이 이어지고 있으나 경기 지역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고강도 규제 여파로 수도권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전세를 낀 매매에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겼고, 전세대출 심사도 까다로워졌다. 시장에 나와야 할 전세 매물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공급 순환이 멈춘 것이다. 서울에서는 갱신계약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10월 16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2만여 건 가운데 갱신 계약 비중은 44.4%로, 대책 발표 전 같은 기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서울 전세 부족이 결국 경기로 수요를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가 규제지역·토허구역으로 묶이며 선택지가 좁아지자 상대적으로 전세 매물이 있을 것으로 본 수요가 경기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역시 여유가 없다.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하남 등 12곳이 새로 규제지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며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수요가 유입되면서 경기 지역의 유통매물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성남 분당구는 이날 기준 전세물건이 1131건으로 연초 대비 약 33% 감소했고, 중원구는 같은 기간 약 69% 줄어든 116건에 그쳤다. 하남시도 연초 722건에서 이날 242건으로 70% 가까이 줄었다. 용인 수지구 또한 996건에서 411건으로 약 59% 감소했다.
매물 부족이 겹치며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0.11% 상승해 1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새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나오고 있다. 과천시 래미안슈르 전용 84㎡는 지난 21일 1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성남시 수정구 산성역자이푸르지오 2단지 74㎡ 역시 6억 5000만원에 신규 전세가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호가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구리시 교문동 구리우성한양 80㎡는 최근 호가가 2000만원 올랐고, 화성시 서동탄역파크자이 100.53㎡ 호가도 1000만원 상승했다. 구리시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8호선 개통 등 교통 여건이 확충되면서 전세물건이 있느냐는 문의가 많아지기는 했다”며 “집주인들이 당장 호가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혹시 더 오를 여지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유통매물 감소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시장에 유통되는 집이 없어지면서 작은 자극에도 변동성이 커진다”며 “내년에는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이 올해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등으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커진 만큼 내년은 전세가 비율이 좀 높아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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