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하다 ‘K뷰티’에 빠진 두 남자…“10개국서 러브콜”
by김경은 기자
2025.04.08 05:50:00
[K뷰티 유망주]⑨심건우·이태훈 리퀴드네이션 대표
IT 기업 창업해 뷰티로 사업전환…‘르피크’ 브랜드 출시
K뷰티 해외 소비자 맞춤형 제품 선봬…아마존서 1등
“매출 매월 2배 늘어…K뷰티 열풍 타고 3000억 목표”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 심건우(왼쪽), 이태훈 리퀴드네이션 공동대표가 7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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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와 이 대표는 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뷰티 시장에 뛰어든 건 도전이었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설립한 이 회사는 헤어디자이너 연결 플랫폼 ‘드리머리’, 블록체인 서비스 ‘실타래’, 익명 기반 소셜 애플리케이션(앱) ‘젤루’ 등을 운영해 왔다. 뷰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지난해 9월 화장품 브랜드 ‘르피크’를 출시하면서다.
이 대표는 “젤루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지금까지 IT 중심의 사업을 해왔는데 이를 전부 뒤로한 채 맨땅에 헤딩하기로 한 것”이라며 “화장품 종류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시장 조사를 하면서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왜 사는지 마음으로는 몰라도 머리로는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도와 통계학도가 사업하는 방식은 가설과 검증의 연속이었다. 두 대표는 가설과 시행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사업성을 검증하는 도전정신과 추진력을 무기로 내세웠다. 지난 8년간 네 차례의 사업 도전에도 다툼 한번 없이 회사를 이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다.
심 대표는 “지금까지 해온 사업들은 전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가치 창출하는 건 똑같다”며 “전 세계 고객이 원하는 K뷰티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장조사 과정에서 K뷰티의 특이점을 발견하고 이 점을 공략하는 가설을 세웠다. K뷰티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간극을 파고든 것이다. 해외에서 주목하는 K뷰티 키워드인 ‘글라스 스킨’(glass skin·유리 피부)을 콘셉트로 르피크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외국인들이 소비하는 K뷰티는 한국에서의 K뷰티와 차이가 있다”며 “국내 유명 제품이 해외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 역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르피크는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K뷰티 키워드인 글라스 스킨을 활용해 수출용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설은 맞아떨어졌다. 르피크의 ‘레티놀 나이트크림’은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미국 아마존에서 글라스 스킨 검색어 기준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전 세계 10개국에 빠르게 진출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리퀴드네이션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K뷰티 크리에이터 챌린지’에서 수출유망제품 부문 1등 기업으로 선정됐다.
심 대표는 “출시 이후 월매출이 전월대비 2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며 “전체 매출의 80%는 미국에서 나오는데 흥미로운 건 고객 절반 이상이 40~60대라는 점이다. 단순히 K컬처를 좋아하는 2030이 일시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K뷰티제품이 가격 대비 제품력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연내 미국 대형마트나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 오프라인에 입점하기 위해 논의 중인데 이 경우 매출이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연 100억원 매출 달성이 목표다. 2030년까지 연매출 3000억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르피크 ‘레티놀 나이트크림’. (사진=리퀴드네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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