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살려" 멸종위기종 사는데.. LH, 철거 공사 강행

by이종일 기자
2023.06.29 08:42:05

주민 "맹꽁이 죽이려 강행" 비판
LH "서식 확인시 공사 중단할 것"

[부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부천종합운동장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중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무단 훼손해 논란이다. 주민들은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보호를 위해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대책위원회가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역세권 개발사업 북측지역 승마장 부지 수로 주변에서 발견한 맹꽁이. (사진 =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28일 종합운동장역세권개발사업 주민대책위원회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 4월5일부터 부천종합운동장역세권 개발사업 북측지역 중 승마장 부지 4900여㎡에 대한 구조물 철거공사를 시작했다. 이 공사는 지상 구조물, 지하 구조물을 철거하고 폐콘크리트, 철근 등을 반출하는 것으로 다음 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맹꽁이가 출몰하고 있다. 맹꽁이는 멸종위기종 2급 양서류 동물로 법정보호종이다. ‘야생생물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죽이거나 훼손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주민대책위는 지난 18일 승마장 부지 북측 수로 부근에서 맹꽁이 1마리를 발견했다. 당시 맹꽁이 모습은 휴대전화 카메라에 의해 동영상으로 촬영됐다. 이때는 맹꽁이 서식지 인근 승마장 부지 북측 수로 일부(길이 30여m) 구간에 대한 지하 구조물 철거 공사가 완료된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LH가 맹꽁이를 죽이려고 철거 공사를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LH가 4월 28~29일 수로 일부 구간을 파서 폐콘크리트로 채웠다가 이달 8일 걷어냈다”며 “이곳에서 맹꽁이를 발견했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포획해서 주변 연못에 놓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맹꽁이가 사는 곳에 폐콘크리트를 채워 넣고 한 달 넘게 방치한 것은 맹꽁이를 죽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땅속에 살던 맹꽁이는 5~6월 우기에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데 폐콘크리트 때문에 수로에서 태어난 맹꽁이 새끼들이 많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맹꽁이는 승마장 북쪽 인근 배수로에 많이 산다. 비 올 때 가보면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며 “맹꽁이는 수로에 알을 낳는데 LH가 맹꽁이 이주를 완료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3일 부천종합운동장역세권 개발사업 북측지역 승마장 부지 수로 주변이 폐콘크리트로 채워져 있다. (사진 =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이에 LH는 승마장 지하 구조물을 부순 것이지 폐콘크리트를 일부러 채워 넣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LH 계양부천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16일 부천시로부터 땅을 파서 폐콘크리트를 부었다는 민원이 들어와 현장에 가보니 공사 근로자들이 승마장 남측 부지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반출하려고 부수고 있었다”며 “승마장 북측 수로를 폐콘크리트로 채웠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LH는 2021년 7~8월 승마장 부지 주변에서 맹꽁이 69마리를 포획해 부천 오정동 찬들공원으로 이주시켰다. 이주작업 뒤에는 승마장 부지 주변에서 맹꽁이 서식 여부 등을 위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LH측은 “맹꽁이 69마리를 이주시킨 뒤 지난해 초부터 사후환경조사를 하고 있지만 승마장 부지에서 맹꽁이를 추가로 발견했다는 보고가 없었다”며 “맹꽁이가 아직 승마장 부지 등에 사는 것이 확인되면 철거공사를 중지할 것이다.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천종합운동장역세권 개발사업은 춘의동 종합운동장역 주변 45만5000㎡에 연구·개발(R&D)시설, 첨단지식산업시설, 문화·체육시설, 공동주택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운동장역 북쪽 부지 개발은 LH가 시행하고 남쪽은 부천시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