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發 글로벌 구리값 꿈틀…인플레 압력 가중 이유는"

by이지현 기자
2021.06.10 08:06:12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세계 2위 구리 생산국 페루 대통령 선거 진행
광산 기업 큰 세금 부담 우려 주가 출렁 구리값↑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페루 대통령선거에서 극좌 성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글로벌 구리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구리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페루의 구리 공급 차질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7일 페루 주식시장은 7.7% 하락했다. 페루 솔화도 달러 대비 2.5% 하락했다. 이는 10년만의 최대 낙폭이다.

여기에는 페루의 정치적인 상황변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98% 개표된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당대표인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가 상대 후보를 0.6%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지르고 있다. 최종 결과는 내주 발표 예정이어서 최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지만, 남은 개표 지역이 카스티요 후보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극좌 성향 대통령 당선이 유력지고 있다.

페루는 글로벌 구리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세계 2위 구리생산국이다. 카스티요 후보는 페루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을 ‘천연자원 약탈자’로 지칭하며 당선 이후 광산, 에너지, 통신 산업의 국유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발언 수위가 국유화에서 세금 인상으로 조절되긴 했지만, 카스티요 후보의 당선은 광산 투자 축소로 이어져 구리 공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표 작업 중에 카스티요가 우위를 가져가면서 구리 광산 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반대로 구리 가격이 상승했다”며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베팅이 강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구리 생산 1위인 칠레에서도 광산 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칠레 하원에서는 구리 판매 수익에 대한 세금 인상안이 통과됐다. 기존에는 법인세 27%와 특별세 15%를 내고 있었지만,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구리 생산 수입에 대해 기본 3% 로열티가 부과되고 구리 가격에 비례해서 세율도 올라가는 누진세를 적용받게 될 예정이다.

김성근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파운드당 2.0달러를 웃돌 경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 매출의 15%가 부과되고, 2.5달러 초과 시 35%, 4.0달러 초과 시 75% 까지 올라간다”며 “현재 구리 가격의 경우 파운드당 4.5달러 수준으로 최고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으로 구리 가격이 다시 올라가면 기대 인플레이션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구리는 건설과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재로 활용되기 때문에 관련 제품들의 잇따른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오르더라도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일단 양국 정부와 세금 안정화 합의를 맺고 있어 단기 생산은 보존될 확률이 높다. 카스티요 후보가 실제로 대통령직에 오르는 7월 말 세율 인상안에 대한 칠레 상원의 결정까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