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아파트보다 비싼 오피스텔…그래도 청약 몰렸다

by황현규 기자
2020.12.16 05:00:00

분양가 상한제 피한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래미안 도봉’ 아파트 시세보다 비싸지만 '청약 완판'
아파트 값 오르고 인기 아파트 청약 어려워지면서
오피스텔 이어 '나홀로 아파트'에도 기웃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오피스텔 분양가가 이 동네 가장 비싼 아파트 시세보다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주택 수급난에 따른 청약시장 광풍이 오피스텔, 나홀로 아파트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고분양가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완판 행진을 하고 있다. 앞으로 분양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두려움과 ‘새 집’에 대한 열망이 작용한 결과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분양에 나선 서울 도봉구 도봉동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오피스텔 전용면적 84㎡는 청약경쟁률이 20대 1을 기록했다. 전용 59㎡와 74㎡의 청약 경쟁률도 각각 7대 1로 나타났다.

청약 당시만 해도 이 오피스텔 흥행 여부는 미지수였다. 주변에 가장 비싼 아파트 시세보다도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시행사가 마음대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심지어 도봉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오피스텔 전용 59㎡의 분양가는 5억 5000만~6억원, 74㎡ 6억 6000만~7억 2000만원, 84㎡ 7억 3000만~8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가장 비싸게 팔린 도봉동 아파트는 ‘래미안 도봉’인데, 전용 59㎡짜리가 지난달 13일 5억 8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도봉 오피스텔(분양가 최고 6억원)이 더 비싸단 얘기다. 신축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오피스텔이 브랜드 아파트보다 비싼 경우는 흔치 않다.

전문가들은 비싼 오피스텔까지 수요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로 ‘공급 부족’을 꼽는다. 서울의 경우 분양 물량이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피스텔이라도 새 집에 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자체에 따르면 내년 도봉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은 전혀 없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피스텔은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엔 전세에 지친 무주택 젊은층들이 청약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오피스텔은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0.47% 떨어졌지만, 서울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나홀로 상승, 0.42% 상승률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투시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오피스텔 뿐 아니라 과거 인기가 없던 50가구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로도 청약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인프라가 대형 단지 아파트보다 부족한 탓에 나홀로 아파트는 청약 시장에서 외면받곤 했다. 그러나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나홀로 아파트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분양한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스카이뷰 아파트(55가구)에는 2000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5대 1을 기록했다. 이후 미계약 물량 35가구가 나오긴 했지만 무순위 청약(줍줍)에도 2261명이 몰렸다. 전용면적 83㎡ 1가구에는 957명이 신청하면서 9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홀로 아파트가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리수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홀로 아파트는 한자릿수 경쟁률 혹은 미달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강서구 화곡동 화곡 한울 에이치밸리움도 44가구 모집에 84명만이 몰려 약 2대 1의 경쟁률만 기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무주택자들의 조급함이 청약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비록 대단지 아파트보다 인프라가 떨어져도 신축 프리미엄으로 분양가보다는 높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략이 작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