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너 마저"…주거비 부담에 서민들 허리 휜다

by김미영 기자
2020.10.06 06:00:00

전국 주택 월세가격, 한달새 0.13% 상승
학원가 아파트, 월세 지속 상승…강남선 두달새 60만원 올리기도
“정부, 새 규제 쉽지 않아…공급확대 외엔 답 없어”

[이데일리 김미영 황현규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면적 84㎡형 아파트는 지난달 9일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11일 같은 보증금에 월세 240만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새 월세가 60만원 올랐다.

강남구의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 아파트의 경우 지난 9월 10일 보증금 5억원, 월세 5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가 갱신이다. 이 면적형은 지난 7월 18일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490만원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역시 두달 만에 보증금이 3억5000만원 치솟고 월세도 10만원 오른 것이다. 도곡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도곡렉슬의 경우 40평형대 전세가격이 18억~19억원 사이로 몇 달 새 2억~3억원이 올랐다”면서 “전셋값이 오르다보니 월세도 따라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모습(사진=연합뉴스)
전셋값에 이어 월세가 오르고 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서도 매물품귀 현상을 빚자 전세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보증금에 월세를 내는 방식의 반전세로 몰리면서 시세가 오르는 양상이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월세가격은 0.13% 상승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만 해도 변동률이 월별 0.01~0.03%에 머물렀지만 6월 0.05%, 7월 0.07%, 8월 0.10%에 이어 9월 0.13%로 오름세가 확연하다. 주택 가운데서도 아파트 월세가격 오름폭이 컸다. 인천에선 0.03%에서 0.14%로 한 달새 상승폭이 0.1%포인트 확대됐고, 경기도도 0.27%에서 0.33%로 변동폭을 키웠다.

학원가와 교통요지 등 수요가 많은 곳에서 월세 가격 상승은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청구3차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4일 보증금 3억원, 월세 12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만 해도 같은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을 받은 아파트다. 올 2월 75만원, 4월 100만원을 찍고 지속적으로 오름세다. 중계동은 ‘국내 3대 학원가’로 꼽혀 전·월세 수요가 많은 곳이다.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차2법 시행 후엔 매물이 더 귀해져 매매 물건만 있지, 지금은 전·월세 물건 자체가 동나고 없다”며 “물건 귀한 줄 다 아니까 나올 때마다 값이 오른다”고 했다.



임대차 선호도가 높은 오피스텔도 전셋값과 월세가 동반 상승했다. 7~9월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은 전국적으로 직전 3개월보다 0.07% 상승했다. 수도권(-0.15%→0.13%)과 서울(0.00%→0.10%)은 상승 전환했고 지방도 하락폭이 축소(-0.72%→-0.15%)됐다.

월세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이다. 임대차2법 시행과 갭투자 규제 등으로 전세 매물이 희귀해지고 값이 오르면서 월세로 불이 옮겨붙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감정원 역시 전셋값 상승 여파가 월세 상승으로 이어졌단 분석을 내놨다. 감정원 관계자는 “서울은 전세가격 상승과 동반해 주거 및 교통여건 양호한 지역 위주로, 경기는 전세매물 부족 영향으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올랐다”며 “한달 1.08% 오른 세종 역시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월세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임대차 공급부족과 함께 저금리 현상도 월세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월세 수익을 얻고자 하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으로선 월세를 올리는 동시에, 보증금은 가능한 한 낮추고 월세 비중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월세 상승세는 시장에 임대차 공급이 충분할 때까지 전셋값 상승과 함께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거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에게서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단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매물이 없는데 전셋값과 월세가 함께 오르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지상에서 지하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게 된다”며 “월세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월세에 대해선 연말정산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고, 전월세전환율 인하 외에 정부로서 새로운 규제를 하기 쉽지 않아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엔 월세 상승세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