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성과 무시 못해…바이든, 反트럼프 유권자 결집시켜야 승산"

by이준기 기자
2020.09.03 05:00:00

[인터뷰]②로버트 샤피로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
불황 속에서도…''누가 경제 잘 이끌까'' 질문에 "트럼프"
"바이든, 샤이 트럼프 견제보단, 反트럼프 ''결집'' 도모"

사진=샤피로 교수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할 때 그의 잘못된 행동과 부적절한 언어 선택, 괴롭힘 등을 ‘경제 성과’와 구분 짓고 있다.”

로버트 샤피로미 뉴욕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1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전 증시 호황·고용 호조 등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치적은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에 비해 7%포인트가량 뒤지고 있지만, 코로나19발(發) 불황 속에서도 ‘향후 누가 경제를 더 잘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트럼프”라는 답변이 더 많은 이유라는 게 샤피로 교수의 진단이다.

샤피로 교수는 대선 향배의 관건으로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층·shy Trump)에 맞선 반(反) 트럼프 유권자의 집결 여부를 꼽았다.

2016년 대선 당시 샤이 트럼프는 판세를 가르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선거 당일 투표장에 대거 몰려와 트럼프에 몰표를 던졌다. 이와 관련, 샤피로 교수는 ‘샤이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이 트럼프를 꺾으려면 반 트럼프 지지층을 움직여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복 및 재선거 요구 가능성에 대해 “엄청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를 비켜나갈 방법은 단 하나로, 민주당이 모든 사전투표와 직접투표 등에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양당 모두 지지층을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이제 후보 간 TV 토론, 경제 회복 여부와 코로나19 향배 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

△최고의 선택이다. 흑인 여성 부통령후보 지명은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소로 끌어낼 핵심 요소였다. 유색인종 후보는 많았으나 해리스는 상원의원이며, 대통령후보직에 도전한 인물이다. 다른 후보들과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경력이다. ‘바이든-해리스’는 강력한 표심을 갖고 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샌더스 지지층이 모두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는지, 또 이들이 경합주에서 실제 바이든에게 표를 던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아직 아니다. 코로나10 펜데믹, 반(反) 인종차별 시위 등의 악재 속에서도, 트럼프는 견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니아 등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확하다. 경제는 트럼프가 바이든에 비해 우위를 점한 유일한 이슈 영역이다. 바이러스 위기가 덜 심각해지고 경제가 더 회복한다면 트럼프의 승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잘못된 행동과 부적절한 언어 선택, 괴롭힘 등을 경제 성과와 구분 짓고 있다.

△2016년 대선과 비슷할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경합주에서 반 트럼프 유권자들이 바이든에게 투표할지 여부다. 민주당이 이기려면 이 유권자들을 움직여야 한다. 샤이 트럼프를 포함한 트럼프 지지층은 경합주에서 분명히 투표하러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맞다. 엄청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비켜나갈 방법은 단 하나다. 가능하다면, 민주당이 모든 사전투표와 직접투표 등에서 이겨야 한다는 거다.

△아마도 바이든이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일 거다. 나도 그렇게 전망한다. 나는 전 유엔주재 미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탄핵 등의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면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에 헤일리가 거론됐을 것이다. 4년 후 헤일리와 해리스 간 대결 가능성이 있다.

△이제 때가 됐다. 헤일리와 해리스의 부상은 마침내 미국에도 여성 대통령을 갖게 될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양국 간 긴장은 지금처럼 강하게 유지될 것이다.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건 두 나라와 주변국의 경제가 강하게 묶였을 때뿐이다. 바이든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일본 등 그 지역의 동맹국들에 대한 관계강화에 노력할 것이다.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과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동맹을 중시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쉽게 풀릴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재선이 북핵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가 그간 봐온 것처럼 트럼프는 북한을 움직일만한 특별한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다.

‘여론 정치학’의 대가. 그는 여론의 중요성이 간과됐던 1992년 당시 ‘합리적 대중’ 등의 저서를 통해 “대중의 생각은 엘리트 이상으로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웠고, 이후 그의 학설은 여론조사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미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주요 연구분야는 미 정치와 공공여론, 정치 리더십, 미디어 등이다. 1982년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정치학과장과 사회경제조사정책연구소(ISERP) 소장대행 등을 지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