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섭 비비안 대표 "사람에 투자…연봉 1000만원 인상도 OK"
by함지현 기자
2020.08.28 05:00:00
취임 한 달…27년간 근무한 정통 ''비비안맨''
쌍방울과 합병 이후 내부 다독이기…"보상 확실히"
마스크 등 신사업 진출…온라인 강화해 ''올드함'' 지우기도
| 지난 7월 비비안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손영섭 대표는 경영 철학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손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비비안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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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사람’에 대한 투자가 최우선입니다. 성과 보상을 확실히 해준다면 직원들의 사기도 오르지 않을까요? 확실한 기준에 따라 최대 1000만원까지 연봉 인상도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쌍방울과 합병 이후 스스로 문화를 바꿔가고 있는 비비안. 1957년 설립 이후 60년 넘게 사업을 영위하며 ‘속도’보다는 ‘신중함’을 중시하던 이 회사가 최근 변화에 직면했다. 진취적인 쌍방울의 문화가 더해지며 조속한 의사결정은 물론 행동도 빨라졌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더해지며 잡음이 새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비비안의 수장으로 손영섭 대표가 선임됐다. 앞서 쌍방울과 합병 이후 짧은 기간 동안 쌍방울 출신이 비비안 대표로 두 차례 왔지만 금세 교체됐다. 업계에서는 서로 간 문화 차이를 이유로 꼽았다. 이후 비비안 내부를 아우를 수 있는 손 대표가 전격 발탁됐다. 부사장에 오른 지 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손 대표는 27년 동안 비비안에서만 일한 정통 ‘비비안맨’이자 사내에서 ‘신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망도 두텁다. 변화의 시기에 운전대를 잡아 두 회사 간 ‘가교’ 역할을 하게 됐다.
취임한 지 갓 한 달이 지난 손 대표를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비비안 본사에서 만났다. 그가 내건 경영 철학은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도 사람이고 60년이 넘는 ‘올드한’ 브랜드의 인식을 바꿔 내는 것도,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소해 나가는 것 역시 사람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먼저 성과가 나오면 확실하게 보상할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전면 재편할 계획이다. 과거 비비안은 특정인에 대한 성과보다 회사의 전반적 성장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승진이나 연봉 인상 등을 통해 개개인의 동기부여를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우수 성과자·팀에 특별 성과금을 지급했다.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비교적 젊은 나이대의 직원 8명으로 구성한 온라인팀도 신설했다. 손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라이브 방송 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이 팀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향후 젊은 층이 주목할 수 있는 디자인과 색상 등도 접목해서 유튜브나 인플루언서를 통해 비비안의 제품을 알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손 대표는 “현재 직원들의 만족도가 80점 정도일 것”이라며 “향후 확실한 보상 체계가 잡혀 직장 생활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면 만족도가 90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27년 정통 비비안맨인 손영섭 대표이사는 향후 성장 동력으로 마스크를 비롯한 품목 다각화와 시장 확대, 온라인 강화를 꼽았다. 사진은 지난 20일 용산구 비비안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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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으로는 본업인 여성 속옷뿐만 아니라 영역 확장을 모색한다. 그 선두주자는 ‘마스크’다.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비비안과 쌍방울은 지난해부터 각자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마스크 유통을 해왔다. 이를 통해 마스크에 대한 사업성을 확인한 양측은 익산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 함께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익산 마스크 공장은 시범 가동 중이며 이달 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허가를 받으면 마스크 본 생산 및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KF94만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유아용, 덴탈 마스크, 비말 마스크 등 품목도 다양하게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손 대표는 월 300만 장씩 연간 3600만 장의 마스크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평균 가격을 700원으로 잡으면 비비안 연 매출의 10% 규모에 해당하는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손 대표는 단순히 마스크를 생산·판매하는 것을 넘어 마스크를 브랜드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마스크 판매를 위한 정식 계약을 맺었다. 손 대표는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비비안의 사내 동아리 ‘비비안 야구단’의 단장을 역임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비비안은 KBO 심판진이 사용하는 OEM 마스크 증정을 시작으로 최근 각 구단의 로고를 활용한 마스크를 출시했다. 앞으로는 마스크를 넘어 언더웨어와 생활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이지웨어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는 물론 배구단 등 여러 스포츠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마스크를 비롯한 라인업이 구축되면 별도의 매장과 별도의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아직 가칭이지만 매장명은 코리아의 K를 딴 ‘K-비비안’, 브랜드명은 비비안의 V를 딴 ‘그라운드 V’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본업인 여성 속옷은 올초 코로나19로 힘들긴 했지만 목표대로 달성해 왔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도 모색 중인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쉽지 않은 만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진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손 대표는 쌍방울과 합병한 만큼 국내 여성 속옷 브랜드 1위 업체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비너스와 경쟁 구도를 이뤄왔다”며 “이제는 쌍방울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국내 1등 속옷 브랜드로 당당하게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1967년생 △1993 남영나이론 입사△ 1999 훼미모드 ‘바바라’(Barbara) 상품기획 및 디자인 총괄 △2015 남영비비안 브랜드 ‘비비안’(VIVIEN) 총괄 △2020년 6월 남영비비안 부사장 △2020년 7월 비비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