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9.08.12 06:15:00
숫자로 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40일의 기록
1·2차 수출보복에 한국내 1위 일본 車·맥주 직격탄
일본 여행객도 급감…일본내 카드 사용도 감소세
국민 60% "불매운동 동참"…4주만에 증가세는 껶여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달 일본의 수출보복조치 발표 이후 국내에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써 40일째에 이르고 있다. “한국인은 냄비근성이 강해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던 일본내 비아냥거림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일 불매운동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인기를 끌어온 대표 일본제품들의 판매는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토요타를 비롯해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일본차 5개사 브랜드의 7월 신차등록대수는 2674대로 6월(3946대)에 비해 32.2%나 줄었다. 이 탓에 일본 브랜드 점유율도 한 달전 20.4%에서 13.8%로 주저 앉았다. 단연 한국내 1위였던 일본 맥주 판매량도 줄고 있다. 일본산 삿포로와 에비스를 국내에 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에 따르면 이 회사 7월 매출은 전년대비 50%나 감소했다. 이에 회사측은 직원 64명을 대상으로 주1일 무급 휴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으로의 여행객도 줄고 있다. 지난해 7월 10만명 선이던 하나투어의 일본 여행상품 예약자수가 지난달에는 6만6000명으로 약 36% 줄었고 모두투어의 신규 예약도 70~80% 가량 감소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이에 맞춰 일본 노선 운항수를 줄이고 있다. 아울러 일본 여행객과 일본내 유학생과 주재원 등이 쓴 8개 카드사가 발매한 신용카드 사용액은 7월 셋째주(15~21일) 0.4% 줄기 시작해 넷째주(22~28일)엔 5.3%, 다섯째주(29일~8월4일)에는 19.1%가 각각 줄었다.
이렇다보니 일본 지방도시 중 한국 관광객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돗토리(鳥取)현은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다음달 중 현의회에 동남아 관광객 유치 비용 2000만엔(약 2억2790만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과의 갈등으로 일반인 독도 방문객은 올들어 지난 1일까지 17만2516명을 기록해 1년전에 비해 거의 30% 늘어났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양상은 격화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제5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1.2%로, 국민 10명 중 6명이나 되는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직전주에 비해서는 3.2%포인트 오히려 줄었다. 불매운동 참가 비율은 지난달 10일 1차 조사에서 48.0%를 기록한 뒤 54.6%, 62.8%, 64.4%를 매주 늘어나다 4주만에 처음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또 일본기업으로 오해받는 기업을 알려 피해를 막거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 식당을 찾아 사케 대신 소주를 마시자는 움직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고 있고, ‘노 재팬(No Japan)’ 깃발을 명동과 청계천 일대에 걸었던 서울 중구는 시민들의 뭇매에 이를 철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인 일본 반대양상으로 흐르지 않고 이른바 `똑똑한 불매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불매대상 품목이나 충격이 더 크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시민사회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일 관계 진전여부에 따라서는 그 기간이 역사상 가장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