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업계 '카풀합의' 반발 거센데…당정 "잘된 합의" 자화자찬
by한광범 기자
2019.03.16 06:30:00
업계 "규제혁신 아닌 혁신규제"·"혁신 싹 잘라" 비판 지속
이재웅 쏘카 대표 "카카오·택시법인만 행복한 합의" 비판
이낙연 "대승적 수용 촉구"·이해찬 "모범적 대타협" 극찬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여당과 카카오·택시업계 사이의 카풀 합의안에 대한 모빌리티 업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가 “혁신을 가로막을 합의안”이라며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잘된 합의’라며 입법 강행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합의안’에 대해 “규제를 혁신하기는커녕 혁신을 규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개인택시 단체와 차량공유업체는 반발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수용하라고 하며 카풀 업계는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라고 하는 이중적인 이야기가 답답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택시의 부족한 서비스 정신과 공급 부족, 승차거부에 지친 국민들이 이번 합의로 어떻게 나아진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규제만 풀면 기존 택시업계와 기사들이 친절해지고 공급을 늘리고 승차거부를 안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합의안의 ‘플랫폼 택시’에 대해서도 택시기사들이 아닌 택시 회사들에게만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카카오와 법인택시사업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합의”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 택시·카풀 업계 협상 대표들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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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개인택시기사와 관련해 “플랫폼 택시에 올라가기 쉽겠느냐”며 “올라타지 못하는 대부분의 개인택시기사들은 (오히려) 플랫폼 택시 때문에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금력이 있는 개인택시기사들은 이번 합의 없이도 이미 우버블랙, 카카오블랙, 타다프리미엄 등의 플랫폼과 결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법인택시기사와 관련해서도 “플랫폼 택시가 도입되고 규제가 풀리면 완전 월급제가 되고 수입이 올라가고 고용이 보장되느냐”며 “(오히려) 택시법인들은 남는 택시면허를 고수익 플랫폼 택시로 돌리고 대부분 기사들은 실업 혹은 더 나쁜 처우에 혹사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위모빌리티·위츠모빌리티는 14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안에 대해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대기업과 기득권끼리의 합의”라며 “대한민국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모빌리티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앞으로 시민들이 택시를 탈지 에어드론을 탈지 등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택시가 최대 시장이기 때문에 택시와의 사업을 전개하라고 한다”며 “앞으로의 미래도 지금과 같아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합의안은) 자가용을 포함한 장래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새로운 운송수단을 도입하려는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의 싹을 자른 것”이라며 “현재 기득권으로 택시 콜을 다 갖고 있는 카카오만 모빌리티 사업을 하라는 이야기이며 신규 사업자는 모빌리티 혁신에 도전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훗날 이 합의는 사회 전 영역에서 혁신을 막고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실험하기 두렵게 만든, 대한민국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뜻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득권만 이익을 보고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피해는 모든 국민과 사회가 나눠가질 것”이라며 “카풀 업계뿐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 혁신 기업가들이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합의안에 대해 “카카오에게 향후 모든 모빌리티사업을 밀어주는 결정”이라며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만을 하는 회사가 아니므로 카풀 업계 합의 대리자로선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나 결과적으로 플랫폼 택시의 독점권과 카풀 사업의 자율경쟁 방어권까지 인정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카카오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로 모빌리티 업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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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득권 합의를 통해 공정한 기회를 뺏는 것은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평등하게 주어진 자율경쟁을 통해서만 혁신 속도와 시장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장래에 국민의 가장 큰 이동 편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합의 전면 무효화와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들 업체들은 사실상 합의안 무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풀러스는 이달부터 ‘유상 카풀’에 대한 규제를 피해 ‘무상 카풀’ 풀러스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택시 업체의 소모적인 고발 등이 있긴 하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츠모빌리티도 합의안에 대해 “카카오카풀에 한정된 것”이라며 본격적인 카풀 서비스 ‘어디고’를 13일부터 내놓았다. 문성훈 위치모빌리티 사장은 “새 규정이 법제화 되기 전까지 기존 법류 취지대로 ‘출퇴근’이라는 전제 하에 시간 제한 없이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모빌리티 업계의 거센 반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잘된 합의”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면서 합의안 내용을 담은 법안을 3월 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카풀TF 위원장으로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주도했던 전현희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합의안은)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은, 최선 혹은 차선의 선택”이라며 “(모빌리티 업계에) 더 큰 시장을 열어준 합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플랫폼 업계는 자가용 유상운송에 대해 약간 제한이 되지만 새롭게 열리는 택시 플랫폼 시장에서 무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다양한 영업모델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빌리티 업계를 향해서도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전 의원은 “자가용 유상운송 시장은 시장도 좁고 규제도 많은데 왜 자가용 카풀만 생각하느냐”며 “플랫폼 택시와 택시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만의 새로운 4차 플랫폼 모빌리티 산업을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카카오 몰아주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카카오가 협상에 들어왔기 때문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이번 합의가 카카오 몰아주기로 가는 것은 정부나 당으로서 결코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게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합의안에 대해 “첨예한 갈등도 대화와 양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선례”라고 극찬하며 “대승적으로 수용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14일 ‘대타협 기구’ 협상 대표들과의 만찬에서 “조금씩 양보하며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과 합리적 절충으로 대타협을 이룬 것에 감사드린다”며 “남은 과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성과를 내서 모범적인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