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서 ‘수제맥주’ 만들어보니
by강신우 기자
2017.10.07 08:00:00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서 맥주 만들기
몰트, 당으로 분해 후 홉 넣고 맛내
| 서울 성수동 맥주 양조장 겸 수제맥주집.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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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물 온도는 68도를 유지해 주고 한 시간가량 끓여주면 ‘몰트’의 전분이 당으로 분해됩니다.”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는 작은 맥주 양조장이 있다. 1959년 지어진 공장을 개조해 만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다. 성수동은 뉴욕 브루클린처럼 오래된 공장과 낡은 창고를 고쳐 입주한 다양한 업체들로 인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 몰트를 넣고 휘젖는 ‘매슁’작업.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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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에 들어가니 물 300리터가 들어 있는 커다란 용기에 ‘몰트 (Malt)’를 들이 붓고 있었다. 몰트는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나게 한 후 말린 것으로 아밀라아제 등의 효소가 많이 들어있다.
“몰트를 넣었으면 이제 분해가 잘되도록 저어주어야 합니다. 그걸 ‘매싱(Mashing)’이라고 해요.” 보통 몰트를 넣게 되면 온도가 내려간다. 이때 잘 저으면서 온도를 68도로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맥주 맛의 반은 효소가 정한다고 한다. 물 온도에 따라 분해되는 효소가 달라서 적정온도를 맞춰야 하는 것.
몰트의 전분이 당으로 분해되고 분해된 당분이 효모와 함께 작용해 알코올이 된다. 따라서 몰트의 양에 따라 알코올 도수도 올라간다. 1시간 동안 몰트를 물과 함께 잘 끓인 후 맛을 봤다. ‘식혜’ 같은 달곰한 맛이 났다. 매싱 다음은 ‘라우터링(Lautering)’이다. 맥즙을 여과하는 과정으로 매싱 작업으로 몰트 껍질 등의 불순물을 제거해 맑게 해주는 작업. 이어 맥아에 남아 있는 당을 마저 회수하는 ‘스파징(Sparging)’까지 마치고 나면 다시 끓여준다.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양조로그.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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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단맛이 강하다. 보통 맥주는 단맛이 아닌 쓴맛이 강한데 왜 그럴까. 끓여주는 보일링(Boiling)을 할 때 ‘홉’을 넣는다. 홉은 쓴맛과 맥주 특유의 향을 낸다. “대마의 친척인 홉, 이 식물의 꽃을 이용하는데 암나무에서만 꽃이 열립니다. 꽃을 수확해 알갱이 형태로 가공해서 쓰는데 주로 쓴맛을 내기 위해 쓰죠.” 오래 끓일수록 쓴맛이 강해진다. 아메리칸 페일 에일이 홉을 많이 사용해 과일 향을 첨가한 맥주다.
홉까지 넣어 한 시간 정도를 끓였다면 이제 냉각시킨다. 이 작업을 ‘칠링(chilling)’이라고 한다. 얼음물에 맥즙이 담긴 용기를 넣어 식히거나 꼬불꼬불한 구리관을 맥즙에 담가 냉각수를 통과시켜 식히기도 한다.
이제 발효를 한다. 거품이 형성되고 이르면 5일, 늦이면 2주까지 간다. 이후 숙성과정을 거치고 이 때 좀 더 강한 홉의 쓴 맛과 향을 내기위해 홉을 한 번 더 넣는 ‘드라이호핑’ 과정을 거쳐 냉장 상태서 보관한다. 가만히 냅두면 맨 밑에 효모가 깔리고 그 다음 홉, 위에 맥주가 남게된다. 이후 패키징 작업을 거쳐 유통한다.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제조 과정 강의.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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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서 실제로 한 양조작업은 매싱까지다. 나머지는 강의형태로 진행됐다. 이곳에서 전한 재밌는 팁이 하나 더 있다. 맥주 광고에서 맥주의 신선함을 보여주기 위해 다 비운 잔에 거품이 묻어 나오는데 이는 신선도와는 무관하다는 것. 맥주잔이 얼마나 깨끗하냐에 따라 거품이 선명해 진다.
다만 맥주를 부었을 때 잔에 작은 알갱이 거품이 많이 보이면 이는 잔에 기름기가 많이 끼어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