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 통화서 자제 촉구…북한 미사일 평화적 해결엔 동의

by김형욱 기자
2017.08.13 11:13:35

북미 갈등 고조에 전 세계 우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4월 미국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긴장을 높이지 말아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긴박해진 시점에서의 전화 통화 자체에 의미를 둘 수도 있지만 내용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인 셈이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두 정상 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화염’이나 ‘장전’ 같이 군사적 행동을 시사하는 강경 발언을 하며 북한과 대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한 북한에 맞서 합동 군사훈련을 펼칠 예정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 후 “시 주석은 트럼프에게 북한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하며 (미국도 이를 위해)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관련국은 침착하게 또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악화하는 자극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문제이지만 북한을 도발하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백악관은 앞서 양국 정상 전화통화 후 “두 정상이 북한의 도발적이고 단계적인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상호 합의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었다. 또 “양국 관계가 매우(extremely) 가까우며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과 트럼프의 수위 높은 강 대 강 ‘설전’은 실제로 전 세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괌 미군 기지를 타격하겠다는 북한의 발언에 자국 서쪽 네 곳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북한이 괌 인근 미사일 폭격을 시도하면 일본 상공을 지나게 된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영국 외교부 장관 보리스 존슨, 에마뉘엘 마크롱 프롱스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도 북미 긴장 고조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는 그러나 시진핑과의 통화 전후로 설전에 따른 우려를 완화하려는 노력도 보여주고 있다. 에디 바자 칼보 괌 주지사에게 “당신과 1000% 함께할 것”이라며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 후 “모든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시 한번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