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 DMZ 누비는 '007 여행'
by강경록 기자
2016.11.18 06:05:10
창조관광기업 성공사례탐방 33 ''디엠지스파이투어''
국내 최초 밀리터리투어 전문 여행사
남파간첩 김신조 침투 루트 따라
외국인관광객 DMZ 체험상품 개발
한국전쟁 배경 보드게임도 출시
중국·싱가포르 등 해외 러브콜 쇄도
| 국내 최초의 밀리터리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디엠지스파이투어가 동명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디엠지스파이투어’에 참가한 외국인관광객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디엠지스파이투어’는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124군 소속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려 침투한 이른바 ‘김신조 루트’를 모티브로 만들었다(사진=디엠지스파이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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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현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4년간 총 26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70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50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세계 유일 비무장지대에 유일함 더해
비무장지대(DMZ)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 양편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장소가 펼쳐진다.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철저하게 파괴된 땅인 동시에 반세기 넘게 사람의 발길을 통제한 평화의 땅인 동시에 살아 있는 땅이다. 그래서일까. 감추고 가려진 이곳에 최근 외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무장지대라는 유일함이 가진 가치가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런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관광상품 개발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경의선 DMZ 트레인’ ‘도라산전망대’ ‘제3땅굴’ 등이다. 비무장지대 내 숙박시설도 들어섰다. ‘파주 캠프 그리브스 DMZ 체험관’이다. 개관 1년 만에 5500명이 방문했다.
이번에 소개할 창조관광 성공사례 탐방기업은 경기 파주시에 자리잡은 ‘디엠지스파이투어’다. 이 회사는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비무장지대 관광상품과 유엔전투지역을 소개한다. 이경윤(52) 디엠지스파이투어 대표는 “영국의 에든버러나 미국의 워싱턴처럼 밀리터리투어는 외국인관광객에게 매우 인기있는 관광상품이지만 비무장지대와 한국전쟁 같은 최고의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전문 여행사조차 없는 실정”이라면서 “디엠지스파이투어는 국내 최초의 밀리터리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대표 프로그램은 회사이름과 같은 ‘디엠지스파이투어’다. ‘김신조 루트’에서 착안해 만든 외국인관광객 전용 관광체험상품이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 124군 소속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침투한 코스를 상품화했다.
| ‘디엠지스파이투어’를 소개하는 리플렛(자료=디엠지스파이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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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현재 비무장지대 관광상품은 파주의 ‘제3땅굴’과 판문점의 ‘JSA’ 등을 방문하는 등 한정적이라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우위도 없다”면서 “디엠지스파이투어는 이들 상품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험 위주로 구성해 부가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현재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디엠지관광상품은 1인당 5만 5000원에서 8만 6000원 선이다. 최근에는 3만원대 상품도 출시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 인해 비무장지대 관광상품을 대량화하면서 상품의 질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디엠지스파이투어는 1인 기준 30만원 선이다. 외국인관광객 전용상품으로 개별여행객이나 단체여행객을 위한 상품을 별도로 운영한다. 유일함을 무기로 전문성과 서비스 만족도를 높였기에 가능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박준환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장은 “최근 비무장지대를 관광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고, 접경지역 지자체마다 새로운 관광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특색있는 관광상품은 제대로 없다”면서 “디엠지스파이투어는 외국인관광객에게 스토리와 체험을 가미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해 비무장지대 관광상품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 김신조 루트로 ‘밀리터리투어’ 개발
| 이경윤 디엠지스파이투어 대표 “국내 최고의 한국전쟁 전문 여행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사진=강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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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관광통역안내사 출신이다. 국내 대표 여행사 중 하나인 하나투어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2003년부터 비무장지대 관련 관광상품을 외국인관광객에게 소개하는 관광통역안내 일을 해왔다. 지금도 외국인 인바운드 여행담당인 하나투어ITC에서 안내사로 겸업을 한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가능한 덕이다. 과거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카투사’의 경험이 전문성을 갖추는 데 한몫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대형버스가 아닌 승용차로도 비무장지대투어가 가능했지만 매년 갈수록 경쟁자가 늘어나고 가격경쟁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2013년부터는 중국인관광객의 출입을 허가하면서 제3땅굴 등 비무장지대를 꼼꼼히 안내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김신조 루트’를 새로 발굴해 ‘디엠지스파이투어’ 개발에 박차를 가한 이유다. 그는 “미국 워싱턴의 유명투어 중 하나가 냉전시대 스파이활동과 전쟁을 모티브로 한 스파이투어”라면서 “세계 유일의 비무장지대라는 시대적 유산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1968년 김신조 등의 무장공비는 파주 파평산~양주 남노고산~북한산 비봉을 차례로 거쳐 서울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자하문)까지 내려왔다. 창의문에서 발각되고 성북천 계곡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당시 총격전이 있었던 호경암은 1·21사태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바위 곳곳에 총탄이 박힌 자국까지 뚜렷하다. 디엠지스파이투어는 124군부대가 디엠지 철책을 넘어온 장소부터 청와대 인근의 전투기념비를 거쳐 용산전쟁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김신조 루트’를 관광상품화한 계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창조관광공모전’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공모전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디엠지스파이투어가 일반인에게는 매우 제한적인 지역에 외국인관광객을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군부대와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공모전에 참가하는 동기와 목적은 확실했다”고 말했다.
2013년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고 받은 지원금은 3130만원이었다. 여기에 이 대표도 1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지원금도 큰 도움이 됐지만 공모전 당선 후 한국관공공사 관광벤처팀의 도움을 받아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냈다는 것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상품 출시 후 뜨거운 러브콜…매출도 ‘쑥쑥’
| ‘김신조 루트’를 모티브해 개발한 ‘디엠지스파이투어’를 체험 중인 외국인관광객(사진=디엠지스파이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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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엠지스파이투어를 소개한 후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세계 유명 여행온라인마켓에 상품을 등록한 후 매출 증가율이 300%에 달했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중국 등 투어오픈마켓들의 상품등록 요청이 쇄도할 정도였다”면서 “특히 런던월드트래블 마켓에서는 유럽 오픈마켓뿐 아니라 중동의 카타르·아부다비·두바이의 여행사로부터 비무장지대를 포함해 한국체험상품 진행 파트너사의 제휴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뜨거운 관심은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성장세는 가파르다. 9월까지 7000만원을 넘겼고, 통상 외국인관광객 대상 여행업 매출의 40% 이상이 10~12월에 집중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2000여만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엠지스파이투어의 안정적인 성장은 이 대표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집중과 차별에 힘썼다. 이 대표는 “보통 스타트업 회사는 여러 시장에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한 제품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경쟁력을 갖춘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디엠지스파이투어라는 상품명을 회사명과 동일하게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차별화는 전문성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비무장지대는 물론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외국인관광객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인근 군부대 근무 경험을 갖춘 안내사 등을 뽑는 이유”라고 말했다.
| 디엠지스파이투어가 자체 개발한 ‘한국전쟁 보드게임’(사진=디엠지스파이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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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엠지스파이투어가 연착하면서 연관 신사업의 방향도 조금씩 가닥을 잡고 있다. 이 대표는 “디엠지스파이투어를 외국인관광객 유입의 게이트키퍼로 활용해 다른 창조관광기업과 콜래보레이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시범적으로 한복남, 오미요리연구소, 지앤 등과의 협업으로 체험상품을 개발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했다. 캠퍼스스테이와는 방학기간 전국의 대학기숙사를 이용해 교환학생 방한 프로그램을 기획·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한국전쟁 보드게임’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는 출판사인 세창미디어와 산업디자인 전문회사인 디자인 펍과 협업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제휴로 디엠지스파이투어를 적극 알리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여행소개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나 유럽 최고의 투어플랫폼 회사인 ‘겟유어가이드’에 디엠지스파이투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한국관광공사나 서울관광마케팅 등 정부기관 주최의 여행박람회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한국 최고의 관광상품인 비무장지대와 우리 상품을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 이경윤 디엠지스파이투어 대표. 이 대표는 “국내 최고의 밀리터리투어 전문 여행사로 디엠지스파이투어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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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윤 디엠지스파이투어 대표. 이 대표는 “국내 최고의 밀리터리투어 전문 여행사로 디엠지스파이투어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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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윤 디엠지스파이투어 대표가 해외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디엠지스파이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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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윤 디엠지스파이투어 대표가 해외박람회에 참가해 중동의 바이어와 사진촬영을 했다(사진=디엠지스파이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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