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우 기자
2010.08.22 12:37:20
국민연금 최대 허점..조기 사망 불리
`정책 변경`..어찌될 지 아무도 몰라
고소득자들 재테크 수단 변질 우려도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국민연금의 최대 강점은 수익률이지만 뒤집어 보면 수익률 말고는 별 장점이 없기도 하다. 민간 연금보험 상품들이 제공하는 유연한 선택 여지가 국민연금에는 거의 없다.
특히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문제다. 사망하면 유족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민영 연금 상품 보다 적을 수 있다. 평균 수명을 못 채우고 사망하면 국민연금이 민영 연금보험보다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예상 수급액이 언제 달라질 지 모른다는 점도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국민연금 임의가입 제도는 소득 없는 계층이 노후에 국민연금 마저 못받을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어서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약점은 일찍 사망하면 손해가 크다는 점이다. 민간 연금보험은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더라도 사망시점에서 남은 연금을 계산해 유족들에게 일시불이나 연금으로 준다. 수익률이 국민연금보다 낮긴 하지만 자기가 낸 돈은 다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연금을 받는 도중에 사망하게 되면 유족에게 돌아가는 돈(유족연금)은 당초 예정된 연금액의 40%~60%(가입기간에 따라 다름)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예상보다 빨리 사망하는 가입자에게서 절약하게 된 연금을 예상보다 오래 사는 가입자에게 몰아주는 구조라서 그렇다. 예상보다 빨리 사망하는 가입자들에게는 국민연금보다는 차라리 민영 연금상품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연금을 재테크 차원에서 주부들이 임의가입하는 경우는 남편도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임의가입한 주부가 먼저 사망하면 남편이 부인 대신 유족연금으로 받는 돈은 부인이 받기로 예정된 연금액의 20%에 불과하다.
남편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임의가입한 주부가 본인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면 남편의 사망에 따른 유족연금도 역시 남편이 받기로 한 연금액의 20%다.
물론 `사망한 배우자가 받을 예정이던 연금의 60%`가 `자기의 노령연금+배우자가 받을 예정이던 연금의 20%`보다 많을때는 유족연금으로 60%를 선택해서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어느 쪽이든 둘 중 한 사람의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괜히 가입한` 국민연금이 되는 셈이어서 부부가 각자 민영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보다는 결과가 나빠진다.
이처럼 주부가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을 하는 경우는 부부가 모두 평균수명 이상으로 오래 살아야 민영보험보다 월등한 재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연금지급 시기가 되기 전에 가입자가 일찍 죽는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민영연금보다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민영 연금보험은 그런 경우 그동안 낸 보험료에 정기예금 이자만 쳐서 돌려주지만 국민연금은 단 한 번만 보험료를 냈더라도 20년동안 연금을 부었다고 가정한 지급 예정액의 40%를 매월 유족에게 준다. 그러므로 주부가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한 후 몇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라면 낸 돈만 돌려주는 민영보험보다는 국민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10년 이상 국민연금을 붓고 연금개시 전에 사망하는 경우는 계산이 복잡하다. 유족연금은 남편이 재혼하지 않고 55세가 된 후에야 당초 예정액의 50%를 받기 시작하는데 몇 년 후 남편도 자신이 낸 국민연금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면 이 유족연금이 부인이 받기로 한 예정액의 20%로 줄어든다. 남편이 최대한 오래 살아야 먼저 사망한 주부가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했던 보람이 생기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은 1952년생 이후는 61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69년생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어 45세부터 연금수령이 가능한 민간 보험상품에 비하면 경직된 구조다. 거기다 목돈이 필요할 때 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없고, 변액보험처럼 필요할 때마다 펀드를 갈아타는 운용지시를 내리는 일도 국민연금에서는 불가능하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고민하는 가입자들을 끝까지 망설이게 하는 부분은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이 언제까지 보장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경우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아가는` 체계로 또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민간 보험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5년에 한 번씩 연금재정을 재계산하고 지출을 조정하는 회의를 한다"면서 "지금 당장은 민영 연금보험보다 유리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유리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했다. 은퇴전 평균소득의 70%를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해서 보장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연금고갈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2028년의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떨어졌다. 1988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정부의 `말 바꾸기`로 인해 처음에 기대했던 연금의 절반 가량만을 받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설사 연금정책 변경이 또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민영 연금보험보다는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면서 "최근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가 재정고갈을 이유로 연금 급여를 줄이는 일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결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추계에 따르면 현행 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2043년까지 연금 지출보다는 연금 납입금이 더 많아 연금이 계속 쌓이지만 2044년을 기점으로 지출이 늘어나기 시작해 2060년에는 모두 고갈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그때부터는 현재 9%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더 올려서 젊은 층에게 내도록 하고 그 돈으로 은퇴한 분들의 연금을 나눠주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면서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이런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연금 지급은 계속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래의 젊은층에게 국민연금 부담을 떠넘길 경우 그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소득의 25%(현재는 9%)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기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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