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배 SK에너지, S-Oil보다 영업익 왜 적었나

by김국헌 기자
2008.07.29 08:46:10

정유시설 정기 보수로 실기(失期)…고도화비율도 낮아
고도화설비 확충+정기보수 완료…`하반기 개선 기대`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외형이 두배나 큰 SK에너지가 S-Oil보다 영업이익이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SK에너지(096770)는 지난 2분기에 S-Oil보다 약 2배 많은 12조109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5324억원이었다.  S-Oil(010950)의 7076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SK에너지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5일 상반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수익성이 부진했던 이유를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SK에너지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주력제품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벙커C유가 SK에너지의 정유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에 S-Oil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경유, 항공유, 나프타, 휘발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차이는 고도화 시설 규모에서 갈린다. 고도화설비는 값싼 벙커C유를 원료로 경유, 등유, 휘발유, 나프타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하는 초고가 설비다.

SK에너지의 고도화 비율은 14.5%로 4대 정유사 가운데 가장 낮은 반면에 S-Oil의 고도화 비율은 25.5%로 가장 높다.

지난 2월 인수한 SK인천정유가 고도화설비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도 SK에너지의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김명곤 SK에너지 사장은 "지난 6월부터 하루 평균 6만배럴 규모의 고도화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해 SK에너지의 규모가 16만2000배럴로 확대됐다"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가 15만3000배럴이고, S-Oil이 14만5000배럴 수준이어서 절대적인 규모로는 SK에너지가 앞선다는 지적이다.




2분기에 정유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이유는 고유가로 국내 수요가 줄었지만 경유·등유 등 신흥국 수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소재·산업팀 팀장은 "수출 수요가 증가하고, 환율이 올라 수출 제품 단가가 올랐다"며 "2분기 환율 상승 덕에 정유업체가 수출로 많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이 정유사들의 주력 엔진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SK에너지는 2분기에 고도화 시설 정기 보수로 상대적으로 이같은 시류를 덜 탈 수 밖에 없었다는 점도 수익성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원유정제시설 5개가 지난 5월부터 정기 보수에 들어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해, 수출 경기가 좋을 때 생산시설을 충분히 가동할 수 없었던 것.
 
정기 보수에 들어간 정유시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하루 평균 26만배럴을 정유할 수 있는 중대형 시설이었다.



SK에너지가 수익성에서 열위에 설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원유 수입 가격.

일부에서는 대주주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업체인 아람코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에너지의 한 고위 관계자도 "S-Oil이 원유를 실어올 때 한 달 전 가격으로 들여온다"며 S-Oil 최대주주가 사우디 아람코이기 때문에 "S-Oil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즉 올해 상반기처럼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유가를 하역월 기준으로 정하기 보다 선적월 기준으로 정하면 한 달 정도의 시차가 생겨 좀 더 싼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올 수 있다는 것.

박대용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업체마다 계약마다 다르지만 유가 기준을 선적할 때로 하는지, 인도됐을 때로 하는지 협상할 여지가 있다"며 "유가 상승기에는 선적할 때를 기준으로 삼는 게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S-Oil측은 그러나 도입가격에 대해서는 설명을 달리한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4대 정유사의 원유 도입 평균단가가 SK에너지 101.26달러, S-Oil 101.14달러, 현대오일뱅크 99.54달러, GS칼텍스 99.51달러로 추정된다"며 "S-Oil이 오히려 높은 축에 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S-Oil은 사우디 국영 정유사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100% 원유를 들여오기 때문에 공급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효율적으로 수급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유리하지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급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