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7.07.04 08:45:43
부자들이 열광하는 ‘금융공학펀드’해부
[조선일보 제공] 커피가 우유를 만나면 ‘카페라테(caf?latte)’가 되고 초콜릿이 쿠키를 만나면 ‘초코 쿠키’가 된다. 여기까진 쉽다.
그럼 펀드가 공학을 만난다면? ‘금융공학 펀드’가 된다. 공학에서 쓰이는 복잡한 계산을 이용해 주식, 채권, 선물·옵션을 섞어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당연히 상품 구조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주식형도 수익률이 좋은데, 왜 이렇게 어려운 펀드를 드나”라고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부자들은 이 펀드의 진가를 안다. 금융공학펀드는 2006년 이후 조용히 2조원 가까이 팔려나갔다. 주로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창구를 통해서였다. 무엇이 ‘부자’들을 이 복잡한 펀드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금융공학 펀드의 비밀을 벗겨보자.
금융공학펀드는 ELS(주가연계증권)의 쌍둥이 동생쯤 된다고 생각하면 좋다. ELS는 기초자산과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주가가 앞으로 6개월 동안 1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12%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식이다. ELS의 기초자산은 주식부터 원유까지 다양하다.
금융공학펀드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주로 팔리는 금융공학펀드는 1~2개의 개별 종목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와는 달리 코스피200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예를 들어 코스피 지수가 기준 시점보다 2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10%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식이다.
차이점은 ELS는 증권사가 만들고 금융공학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만든다는 점이다. 또 ELS는 증권사가 명확한 수익률을 제시하고 고객에게 돈을 책임지고 돌려줘야 하지만, 금융공학펀드는 시장환경이 급변해 목표 수익률에 미달하더라도 고객에게 돈을 돌려줄 의무는 없다. 중간에 펀드매니저가 종목교체를 하면서 수익률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이 펀드들은 ‘확정수익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목표수익률’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