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월드컵에 우승할 확률은?

by노컷뉴스 기자
2006.03.01 15:11:48

유럽 오즈메이커들이 매긴 최근 한국축구대표팀 배당률

[노컷뉴스 제공]

국내에서는 3명밖에 없다는 오즈메이커. 수많은 자료 분석을 통해 경기 예측을 하는 오즈메이커 이원채씨가 오마이뉴스에 최근 유럽 오즈메이커들이 매긴 한국 축구 대표팀의 배당률을 분석한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 지난 2월 16일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한국-멕시코 축구 경기에서 이동국이 첫골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LA=연합뉴스)
전세계가 축구 열기에 휩싸일 때도 냉정함을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매를 개시한 고정배당률 게임의 배당률을 생성하는 '오즈메이커(Odds Maker)'들이 바로 그들이다.

스포츠베팅 산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흔히 '도박사'로 불리는 오즈메이커들이 생성한 배당률에 따라 수천억 원대의 돈이 좌지우지된다. 배당률 생성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를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를 입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배당률 생성과정에 회사의 운명과 자신의 '밥그릇'이 걸렸다고 생각하면 오즈메이커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모든 것을 '올인'한 도박사나 진배없다. 유럽에서 오즈메이커의 예측과 배당률에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는 이유다.

'밥그릇'을 걸고 분석에 전념하다 보니 오즈메이커들은 작은 뉴스 하나에도 민감하게 배당률을 조정한다. 거꾸로 말하면 배당률의 변화를 살펴보면 오즈메이커가 평가하는 전력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차가운 머리를 자랑하는 도박사들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근 6개월간 유럽 오즈메이커들이 제시한 한국의 월드컵 우승 배당률 변동을 통해 유럽 눈에 비친 한국팀의 전력 변동을 살펴보자.


▲ 유럽 오즈메이커들이 제시한 한국의 월드컵 우승 평균 배당률 추이
ⓒ 이원채
바꿔봐야 소용없다?

유럽 오즈메이커들은 한국 국가대표팀이 2006 독일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한 직후 월드컵 우승 배당률로 평균 200배를 제시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브라질이 4배,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자 이번 대회 개최국인 독일이 평균 7배 정도의 배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수치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잊지 못하는 한국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지만 유럽 전문가들은 홈구장의 이점이 없는 한국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만 쇼크' 등 순탄치 못했던 지역예선 성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꾸준히 200배를 유지하던 한국의 배당률에 처음으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2005년 8월 이후다. 당시 한국의 사령탑이던 조 본프레레 감독의 사임설이 흘러나오면서 일부 베팅 업체들이 미세하게 한국의 배당률을 상향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으로 한국이 홍역을 앓는 동안 본격적인 상향조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임되고 한국에 입성한 9월 29일 이후 한국의 배당률은 230배 정도로 치솟았다. 한국팬들은 월드컵 개막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맞이한 새 사령탑을 기대 반 염려 반으로 바라봤지만 유럽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바꿔봐야 소용없다'는 싸늘한 시선이 묻어나던 시기였다.



생각보다는 제법이지만...

냉정한 평가 속에 지휘봉을 잡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직후 10월 12일에 벌어진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이끌어낸다. 기대 밖의 선전에 놀란 유럽 오즈메이커들은 한국의 배당률을 즉시 200배로 환원했다. 그러나 11월 12일 벌어진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하자 다시 배당률을 250배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의 전력이 불안정한 것으로 판단한 유럽 오즈메이커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극도로 예민해진 유럽 오즈메이커들은 나흘 뒤 한국이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자 다시 배당률을 230배로 살짝 하향조정했다. 빠르게 안정을 찾은 한국팀의 전력보강을 인정하면서도 언제든 배당률을 상향조정할 준비를 한 것이다. 한국의 전력이 불안정한 것인지 유럽 오즈메이커들의 변덕이 죽 끓듯 한 것인지….

무난한 조편성

한국은 12월 10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함께 G조에 편성된다. 최상의 조편성은 아닐지라도 죽음의 조를 피한 무난한 결과였다. 조추첨 직후 본선 진출국 32개국의 배당률이 모두 조정됐을 때 한국의 배당률은 200배로 낮아졌다. 객관적인 유럽의 눈으로 볼 때도 한국은 무난한 조편성으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반면 세계 최강 브라질을 비롯해 크로아티아, 호주와 죽음의 조인 F조에 편성된 일본은 배당률이 150배에서 200배로 뛰었다. 누가 보더라도 최악의 조편성으로 가시밭길을 걷게 된 일본의 우승확률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 유럽 오즈메이커들이 제시한 일본의 월드컵 우승 평균 배당률 추이
ⓒ 이원채
앞으로의 향방은?

조추첨 이후 한국의 배당률은 꾸준히 200배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장기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향상시켰지만 치러낸 경기들이 모두 연습경기 성격이 짙어 유럽 오즈메이커들에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배당률 변동을 분석해보면 유럽 오즈메이커들은 국제축구협회(FIFA) A매치데이에 열리는 경기 결과를 배당률에 많이 반영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개막을 100일 남겨둔 3월 1일에 열리는 앙골라와의 평가전에 유럽 오즈메이커들의 눈길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기 결과 외에도 주전 선수의 부상 등 배당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월드컵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날 것이고 팬들의 희비가 교차할 것이다. 그리고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냉철한 도박사들이 변경하는 배당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축구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