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부동산 경기 'L'자형…하반기 보합권서 연착륙"

by최정희 기자
2023.04.23 11:00:00

부동산 경기 상·하방 요인 상존
주택 가격·거래량, 급격한 하락 전환 후 낙관론 대두
주택 가격 고평가 완화에 부동산 심리 개선
금리 인상 누적에 실물경기 침체 우려는 제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부동산 경기가 ‘L’자형의 연착륙 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올 들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심리가 형성되면서 하반기에는 보합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23일 ‘최근 부동산 경기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부동산 경기는 하방 압력이 높으나 완화되고 있는 고금리 기조와 주택가격의 하방 경직성으로 경착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향후 ‘L’자형의 연착륙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주택매매 가격과 거래량이 급격히 위축됐으나 최근엔 부동산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주택가격소득비율(PIR), 주택가격임대료비율, 주택 관련 대출 금리 등을 기준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정도 지수(Z-score index)를 추정한 결과 작년 4분기 0.3포인트로 0보다 높아 고평가 국면에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 0.5포인트보다는 낮아 고평가 수준이 조정되고 있다. 주택 매매 가격은 전국, KB국민은행 기준으로 2020년 연간 8.3%, 2021년 15.0% 상승했으나 작년 1.8% 하락했다. 올 1월, 2월, 3월에도 전년동월비 각각 3.4%, 4.4%, 5.2%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유예, 전국 규제 지역 전면 해지 등 적극적인 규제 완화 조치로 부동산 경기 하방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주택가격 전망 심리지수, CSI는 작년 11월을 최저점으로 상승 전환했고 금리 수준CSI는 작년 11월 고점으로 하락 전환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주택 관련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심리가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리 인상 효과가 누적되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져 주택 수요가 위축된 점은 부동산 경기의 하방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5.4%로 과거 20년 평균 78.3%를 크게 상회했다. 가계의 금리 민감도가 과거 대비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월 미분양 아파트는 7만5438호로 정부의 위험 신호 기준선인 6만2000호를 넘었다. 전세 가격이 급락으로 갭투자를 통한 주택 매매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수요가 전환되면서 전세 가격은 작년 2.5% 하락했고 올해 초에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주택 가격은 하방 압력이 여전히 높지만 하방 경직성이 높기 때문에 급격한 추가 하락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부동산시장압력지수는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올 2월에는 32.2포인트를 기록, 기준선 5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주택 보유자는 매도를 유보하는 반면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가 발생하면서 가격 급락이 제한된다”며 “주택 가격은 단기간 일정 수준 하락하고 하반기에는 보합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향후 부동산 경기는 ‘L’자형의 연착륙이 예상되지만 양방향이 모두 열려 있다는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실물경기 회복으로 실수요가 충족될 경우 연말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은행 위기가 심화될 경우 부동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물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금융불안정 심화시 경착륙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실물 경기 회복 노력, 세입자 보호, 금융안정 등 정책 대응을 통해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