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선택한 北…3월 한미연합훈련이 '분수령'

by정다슬 기자
2021.01.11 06:00:00

''조건부'' 대화 재개 가능성 열어놓았지만
핵·미사일 고도화는 포기 안해
남북관계 근본 문제로는 ''한미 연합훈련'' 조준
"바이든 美행정부와 조속히 대화 나서야"

[이데일리 정다슬 김미경 기자] 북한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미국과 한국 측이 먼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 대미·대남 협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건부식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쳤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남북·북미 관계의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남북관계 파국의 원인을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으로 지목하면서 오는 3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북미·남북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일부터 닷새에 걸쳐 열린 노동당 8차 대회를 종합하면, 북한은 △근본문제 해결 모색 △적대행위 중지 △남북합의 성실 이행이라는 전제하에서 북미·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국에 대해서는 당 대회 전 과정을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 내용을 명시했고 김 위원장의 사흘간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도 구체적 과업으로 국방분야에 할애했다.

특히 사거리 1만 5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잠수함, 수중발사 핵전략 무기 보유를 과업으로 제시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무기 개발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8차 당 대회로 오히려 북미·남북 협상 여력이 줄어들었다고 평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이 ‘적대시 정책 철회’,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유연성을 제공했다기보다는 경직성을 가져왔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화 재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은 적다. 대화 기조는 열어두겠지만 북한의 명백한 핵보유 의도와 도발예고로 합의를 이루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이라는 희망은 거의 포기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더 극심해졌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복잡한 국내정치 상황, 특히 단기적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3월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이 남북관계의 변수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당장 3월 한미군사훈련 문제가 북한이 남북관계에 나올 일차적 준거로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가 미국 새 행정부와 군사훈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그동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제시한 인도주의·방역·개별관광 관련 협력방안을 ‘비본질적 문제’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남북관계 타개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일부 입장에서는 남북합의 이행을 위해 남북 상호 간의 노력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야 한다”면서도 “실제 추진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조정이나 체계적인 군사 대화 제의, 남북 합의이행을 위한 실무그룹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이낙연 대표 페이스북 캡처]
북한이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여야의 공방은 거세졌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대북정책의 폐기와 외교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북한은 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남북관계를 타개하도록 대화를 모색하고 북한도 호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김 위원장을 위시한 당 중심 지도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당이 군을 통제하는 상위조직을 분명히 하고 당 조직을 강화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들을 결정하도록 했고 국가 중요 임면 문제도 다루도록 했다. 김 위원장이 위임하면 상무위원이 정치국 회의를 주재할 수 있도록 해 향후 정치국 회의가 한층 더 활발하게 개최될 여지도 열어놓았다.

아울러 5년 만에 당 정무국을 폐지해 비서국을 부활, 각급 당 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당내 유일한 ‘위원장’이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당 대표증을 들고 의결 중인 김정은 당 위원장과 박봉주 당 부위원장(왼쪽부터),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정천 군 총참모장.[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