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유성 기자
2020.10.10 11: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외부의 위협적인 존재에 대해 처음에는 평가절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보다 더 나을 수 있지만’ 애써 이를 부인하는 경우다. 그러다 강력한 상대임을 알게 되면 그제서야 대책 마련에 나선다.
기업들도 마찬가지. 외부 강력한 존재감의 시장 진입에 대해 겉으로는 애써 폄하하곤 한다. 그 강력한 상대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면 그때부터 나오는 얘기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의 비대칭적 규제로 자신들(국내기업)이 불이익을 본다는 논리다.
2000년대말 애플 아이폰을 바라봤던 삼성과 LG가 그랬고,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2016년에도 비슷했다. ‘찻잔속 태풍’이길 바랬지만 수년이 지나지 않아 태풍이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사업을 바라보는 금융권 사람들의 시선도 비슷했다. ‘제깟것들이 얼마나 하겠어’라는 인식이었다. 이제는 ‘우리 뭐라도 해야한다’라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강해졌다. ‘기울어진 운동장’논리도 어김없이 나왔다.
최근 사례를 하나 들자면 ‘네이버통장’이 있다. 아직도 ‘네이버가 통장도 만들어?’라는 이들도 있지만, 네이버는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CMA 상품을 출시했다.
네이버통장의 위력에 대해 ‘별거 아니다’라는 평가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나왔다. 초반 가입자 유치 흥행이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와 비교해 적다라는 이유였다. 달리 보면 네이버라는 이름값과 비교해 위력이 적다라는 이유도 있었다.
물론 네이버 측 사람들은 이런 비교가 부당하다고 본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는 금융 사업 관련 라이센스를 받아 사업을 하는 금융사업자다. 비(非)라이센스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직접 비교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CMA 시장만 놓고 봤을 때 네이버통장은 나름의 이름값을 했다.
올해 6월 전까지 국내 CMA 계좌 순증 숫자는 한달 평균 13만~15만 정도였다. 2020년 4~5월 CMA 순증 숫자가 30만2072좌였다.
이 숫자는 2020년 6~7월 들어 98만6903건으로 늘어난다. 평소대비 3배 숫자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이버통장 변수 외에는 뚜렷한 게 없다. (이런 숫자를 네이버파이낸셜은 드러내놓지 않는다. 금융업권 내 나름의 ‘도광양회’일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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