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컨트롤타워` 여가부, 체육계 성폭력대책 마련에 고심
by송이라 기자
2019.01.13 10:13:18
심 선수 성폭행 폭로에 부랴부랴 긴급회의 소집
"피해자들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할 것"
진선미 장관 "폐쇄적 체육계 특성 고려한 대책 마련"
| 진선미(왼쪽 앞줄 두번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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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미투(Me too)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폭로 후 체육계 성희롱·성폭력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체부와 고용부, 교육부, 복지부, 법무부 등 정부위원 및 민간위원들과 함께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를 개최했다. 미투 컨트롤타워인 여가부는 심 선수의 폭로에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여론에 사건 발생 나흘 만에 부랴부랴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지난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몇 차례 걸쳐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체육 현장에서는 효과가 낮았다”며 “미투 대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렵게 입을 연 심석희 선수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정부는 심 선수를 포함해 미투 피해자가 건강하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먼저 폐쇄적인 체육계 특성을 면밀히 살피고 다양한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는 “그동안 체육계 성폭력 근절 노력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폭력을 수반한 선수들의 훈련방식을 묵인하는 관행과 선수양성, 훈련체계 및 선발과정, 대회참가 등 기회의 분배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체부는 이런 구조적 부분을 세밀하게 살피고 개선대책을 보완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청에는 “피해자가 신원노출에 대한 걱정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수사 단계부터 피해자 보호에 각별히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고 신고센터나 전수조사과정에서 피해사실 발견시 신속하게 여가부의 피해자 지원기관과 경찰에 연계될 수 있도록 부처간 협조체계가 잘 작동토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진 장관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연대해 익명으로 피해사실을 발표하고 공론화해 법제도 개선을 이끈 스웨덴 사례를 소개하며 “체육계 전수조사나 신고센터 운영에 참고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나 체육분야는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문체부와 함께 신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해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체육계의 성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해 문체부, 교육부와 함께 폭력예방 교육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이 날 회의에서는 각 부처별 대책들을 공유하고 체육계 조직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미국 등 해외 사례들도 소개됐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여러 곳에 산재해있던 관련 이야기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들을 수 있었다“며 ”체육계 조직문화를 반영한 세밀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