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원종건, 유통계서 '꽃 피운' 제2의 인생
by강신우 기자
2017.06.22 06:00:00
''서프라이즈'' 재연배우 이수완, 공영홈쇼핑 쇼호스트로
"좋은 제품 소개하며 받은 사랑 베풀고 싶다"
''느낌표'' 효자청년 원종건, 이베이코리아 입사
“어머니가 셀러로 데뷔하는 날 왔으면…”
| (왼쪽부터) 원종건(24)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 담당매니저와 이수완(41) 공영홈쇼핑 쇼호스트가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공영홈쇼핑 17층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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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수많은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 보니 익숙한 얼굴이 나온다. 길을 걷다 마주친 앳된 얼굴이 낯설지 않다. 순간 멈칫하고 돌아보니 ‘그때 그 사람’이다.
“연기 인생을 살았는데….” “도움을 받고 눈을 뜬 어머니….” 이수완(41·본명 이중성), 원종건(24)씨 이야기다. 이 둘은 유통계서 만났다. MBC 프로그램 ‘서프라이즈’ 속 재연배우에서 공영홈쇼핑 쇼호스트로, ‘느낌표-눈을떠요’에 출연하며 효자청년에서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 담당 매니저로 인생 제2의 막을 올린 이들은 서로 ‘팬’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공영홈쇼핑 17층. ‘무한긍정’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두 사람 모두 밝게 웃는 인상이 좋았다. 이 씨의 방송 일정상 원 씨가 공영홈쇼핑을 찾으면서 인터뷰는 성사됐다.
| (왼쪽부터) 원종건(24)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 담당매니저와 이수완(41) 공영홈쇼핑 쇼호스트가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공영홈쇼핑 17층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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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업을 바꾸면서 느꼈을 부담감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밝았던 얼굴이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배우로서 사랑해준 팬들에게 미안하다.” 이 씨는 연기 경력만 십수 년의 배우였다. 뮤지컬, 재연배우, 가수활동 등을 하면서 팬층이 나름 두터웠지만 소리 소문 없이 쇼호스트로 전향했다. “기자회견을 할 만한 배우도 아니었고….”
그런 그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120%의 판매율을 달성한 홈쇼핑 방송을 막 끝냈을 때였다. 방송 시작 전 한 중소기업 사장이 “이번에 안되면….”하고 뒷말을 잇지 못한 모습을 본 이씨가 상품 소개에 전력을 다해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구로 내려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한참을 울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을 소개하며 배우로 받았던 사랑을 베풀고 싶다.”
공영홈쇼핑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상품만 100% 소개하는 홈쇼핑이다. 이른바 ‘상생제품’을 방송할 땐 매출이 아닌 순수 제품소개에만 1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씨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상생제품을 판매한다. 어려운 소기업들이 공영홈쇼핑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시간이어서 제가 좀 더 신경써서 상품을 소개하곤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이수완(41) 공영홈쇼핑 쇼호스트와 원종건(24)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 담당매니저가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공영홈쇼핑 17층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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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씨는 질문마다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진정성’은 내가 살아왔던 삶을 통해 나오는 것 같다. 어릴 적 받았던 것들을 베풀 수 있는 직업을 원했고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일이 너무 즐겁다.” 원 씨는 시·청각 장애가 있는 홀어머니와 함께 산다. 그가 12살 되던 해 그의 어머니는 ‘눈을떠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고 시력을 되찾았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든 벙어리장갑 대신 ‘엄지장갑’으로 부르는 캠페인을 벌이고 6시 퇴근 후엔 사내 봉사활동과 함께 아동복지센터에서 입양아를 돕는데 시간을 보낸다는 원 씨. “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던 어머니의 말을 항상 간직하며 실천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에게 ‘어머니도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꿈이 생겼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옥션이 지난해 개관한 장애용품 쇼핑 전문관 케어플러스(CARE+)처럼 온라인 유통이 장애인의 경제활동이나 물건을 구매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저희 어머니도 셀러로 데뷔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씨도 거들었다. 그는 “‘다른 생애는 꼭 공부 잘하는 아이로 태어날게요’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는 남 얘기가 아니다. 공영홈쇼핑과 이베이코리아가 중소기업과 농·수·축산업자들의 판로를 개척하고 이들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은 ‘서프라이즈’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