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변화 3가지 시나리오…'일부 손질'에 방점

by김상윤 기자
2017.04.21 06:00:00

산업연구원 비공개 보고서
파기·존치 가능성 상대적↓
물품취급 수수료 부활 가능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분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상품에 부과되는 ‘물품취급 수수료’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물품취급수수료는 미국이 자국에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0.34%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수수료 부과를 통해 상품 가격을 올려 수입을 통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올초 용역 의뢰한 산업연구원의 ‘한미FTA 변화가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입 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 변화 가능성은 대해 파기, 부분개정, 존치 등 세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이 문건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보고됐다.

시나리오1은 한미FTA 파기를 가정한 극단적 시나리오다. 한미FTA가 파기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양국의 무역은 최혜국대우(MFN) 관세율 적용을 받게 된다. 최혜국 관세율은 업종별로 우리나라가 4~9% 수준, 미국이 1.5~4% 수준으로 한국의 관세율이 더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 수출은 13억달러 감소한 반면, 미국의 한국 수출은 13억달러 감소하는 결과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무역수지가 오히려 2억달러 감소하기 때문에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미국의 의도와 어긋나 파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반대 방향의 극단적 시나리오다. 한미FTA는 그대로 존치하지만 수입상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을 깐깐하게 적용하면서 수입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원산지 규정에 대비가 상대적으로 철저한 대기업은 한미FTA 혜택을 받는 관세율을 적용받지만, 미흡한 중소기업은 FTA혜택을 받지 못하고 MFN 관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우리의 대미 수출이 4억달러 가량 감소하면서 미국에게 이득이다. 다만 트럼프가 대선 때부터 모든 FTA를 재검토하고 개정 가능성도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끝없이 던진 터라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물품취급수수료(MPF)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품취급수수료는 한미FTA에 따라 한국의 수출품에 대해서는 면제돼 있지만 이를 다시 재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세율을 다시 조정하는 재개정은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적은 부분에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내용이다. 이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약 2억달러 규모로 감소(한국의 반대급부는 미산정)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같은 산업연구원의 전망에 대해 통상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물품취급수수료의 경우 미국이 체결한 대부분 FTA에서는 면제 조항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만 콕 찝어 삭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물품취급수수료를 부활할 경우 한국이 반대급부로 다른 조건을 내걸 수 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자동차 무역불균형 등을 문제시 삼고 있는 터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통상전략실장은 “물품취급수수료는 미국이 아직 한번도 언급 한 내용이 아니라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자체가 워낙 실체가 분분하다 보니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기존에 문제를 제기했던 자동차 환경기준 등 규제개선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한 터라 미국의 재협상 결과물이 실제 이렇게 나올지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를 대응하고 우리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