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성공학](18)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실패 쓴 맛 봤죠”
by박철근 기자
2016.09.18 10:18:06
김영평 아이티원 대표 인터뷰
홈네트워크 사업 시작 후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4년 만에 폐업
2008년 재창업 후 IoT·웨어러블기기 사업으로 재기 노려
[성남=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주력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결국 발목을 잡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열정’만을 앞세우다보니 주위의 조언을 듣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무선통신기술 기반의 사물인터넷(IoT)·웨어러블 기기 전문기업 아이티원의 김영평(46) 대표는 지난 1999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홈네트워크 시스템 기업 스톤소프트를 창업했다. 창업 후 순항을 거듭하자 김 대표는 의류판매 온라인쇼핑몰로 영역을 확대했다. 제조업 진출에 욕심을 낸 그는 생활용 무전기를 생산하는 공장도 인수했다. 홈네트워크 시스템 사업과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제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김 대표의 판단 착오는 주력사업인 스톤소프트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는 “주력사업을 본궤도에 오르도록 집중했어야 했다”며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주력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고 회상했다. 결국 10억원의 빚을 남긴채 2003년 사업을 접어야했다.
김 대표는 “사업이라는 것이 아이디어나 개인의 역량만으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개인의 역량보다는 회사 조직원간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도 그때 알게됐다”고 전했다.
폐업 이후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부채를 조금씩 갚아나갔다. 재기를 도모하던 그는 2008년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치확인 서비스 및 웨어러블 기기 생산업체 아이티원을 재창업했다. 빚을 갚으면서 돈에 대한 무서움을 알았던 그는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면서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3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또 한 번 시련을 겪었다. 무차입 경영을 하다보니 외부 충격에 버틸 맷집이 부족했던 것. 연매출 30억원까지 성장했던 회사의 규모가 30분의 1 수준인 연매출 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는 “차입이든 투자든 사업을 하려면 외부 자금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티원은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이 때 김 대표가 고민한 것이 바로 회사의 지속가능성이다. 그는 “사업을 다시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人)과 ‘입’(入)이다”며 “비슷한 한자지만 매출·투자유치·차입 등 회사에는 지속적으로 현금이 들어와야 하고 거래처·직원 등 주변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티원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 검단지역의 수도권 매립지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매립지에 드나드는 1000여대의 차량을 관리하고 정해진 구역에 폐기물을 버리는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1억원대까지 감소했던 연매출도 다시 회복세다. 2014~2015년에는 연 9억원대까지 매출이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4억원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32억원의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김 대표는 자신했다.
최근에는 KT(030200)에 웨어러블 기기 ‘네오핏’을 공급키로 계약하고 이달 말경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100여개의 각종 운동 동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국내 유수의 완구·캐릭처 제조업체와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미아방지용 웨어러블 기기도 선보인다.
김 대표는 정부의 재창업 지원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재기를 꿈꾸는 초기 재창업자 중심의 지원정책도 중요하다”면서도 “성공적으로 첫 발을 뗀 기업들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지원해주는 정책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