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7]복지공약 쏟아내는 여야…재원마련 해법은?

by정다슬 기자
2016.04.06 07:59:10

새누리 "민간자금으로 시설 확충"
장점, 저금리 투자처 일석이조…허점, 수익추구해 이용료 올라갈 것
더민주·국민의당 "국민연금 활용"
장점, 세금별도로 걷을 필요없어…허점, 기금운용 독립·전문성 훼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언젠가 지급해야 할 공적연금까지 포함한 국가부채가 1년새 72조원이 늘어나며 1300조원에 육박했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고량화로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해 여야는 총선 공약을 통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간 여유자금을 사회복지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임대주택 등 사회복지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국민연금기금으로부터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해법에는 허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공약에서 민간기업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유치원, 보건소, 산후조리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원동 경제정책본부장은 “낮은 금리탓에 어디에 돈을 맡겨야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보험사나 퇴직연금기금 등에 투자할 곳이 없어서 방황하는 민간여유자금이 넘쳐 난다”며 “이런 자금을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국민이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용요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가 있다. 정부가 중산층을 겨냥한 월세주택으로 최소 8년간 거주가 보장되는 뉴스테이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급격한 주거형태의 변화로 뉴스테이가 당장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민의 43%가 세입자인 나라에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해소할 해법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이에 대해 조 본부장도 통화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것인 만큼 이용대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정부가 세금을 통해 기업의 최소수익률을 보전하고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이지만, 사후적으로 운영성과를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이미 MRG방식은 2009년 정부의 재정부담을 과도하게 늘린다는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하철 9호선도 바로 이 같은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더민주는 공약에서 ‘국민안심채권’을 향후 10년간 매년 10조원 어치 발행해 임대주택 등 사회복지시설에 투자할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심채권은 국민연금이 매입한다. 국민의당 역시 국민연금을 활용해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전국에 있는 마을회관을 고쳐 홀몸 노인의 공공숙소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정부는 사회복지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국민연금에 빌리면 세금을 걷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국민연금도 50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하고 공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독립성이 ‘다시금’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이 같은 공약에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전에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국채수준의 싼 이자율을 주며 공공자금으로 사용했다. 물론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안전판은 마련돼 있었지만 이자차액 미수금 2조 600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오는 2040년이면 2300조원까지 불어나는 상황에서 수익처의 다변화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현 상황의 국민연금 운용기금본부의 취약한 독립성과 전문성으로는 이런 논의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공약(公約)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외면한 공약(空約)이라고도 지적한다. 성태균 연세대 교수는 “민간에게 최소수익률을 보전하는 방식이든,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차입하는 방식이든 결국 어떤 형식으로 국민이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가 된다”며 “커지는 복지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증세’라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부터 여야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