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삿집 미리 잡아라"…비수기 잊은 서울아파트 경매

by양희동 기자
2015.07.24 06:30:00

△서울아파트 경매시장에 여름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 전셋값 수준인 3억원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낙찰가율과 평균응찰자수 등이 수직 상승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6일. 서울북부지법 경매 법정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2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한번 유찰 후 경매에 부쳐진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아파트(1563가구) 전용면적 84.89㎡형은 무려 32명이 응찰했다. 결국 박 모씨가 감정가(3억 6000만원)를 뛰어넘는 3억 6489만원을 써내 주인이 됐다.

인근 쌍용공인 관계자는 “쌍용아파트 해당 평형은 매물이 귀해 호가(집 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봄 이사철 이후 2000만원 이상 더 올라 3억 8000만원을 넘어섰다”며 “가을 이사철 전에 3억 6000만원선에 매입 가능한 물건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시장이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으로 접어 들었지만 가을 이사철 전에 저렴한 아파트를 ‘입도선매’하려는 수요자들이 경매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서울아파트 경매시장은 전셋값 수준인 3억원대 물건을 중심으로 치열한 낙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경매지표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과 입찰경쟁률을 나타내는 평균응찰자 수 등도 여름 비수기에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서울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2.12%로 전달(90.59%)보다 1.53%포인트가 상승했다. 또 평균 응찰자수는 9.1명으로 전달(8.2명)보다 1명 가까이 늘었다. 가장 경매 열기가 뜨거운 물건은 서울 평균 전셋값 수준인 3억원대(3억원 이상~4억원 이하) 아파트 물건이다. 3억원대 아파트의 낙찰가율·응찰자 수는 각각 101.46%, 11.5명에 달한다. 물건마다 11명 이상 경쟁해 모조리 감정가를 넘긴 가격에 낙찰되고 있는 셈이다.

여름 비수기에 서울아파트 경매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매물이 사라진 매매·전세시장과 연관성이 깊다. 이달 15일 서울남부지법 경매에 나온 강서구 방화동 동성아파트(686가구) 전용 76.8㎡짜리 물건은 한번 유찰 후 16명이 입찰표를 써내 정 모씨가 3억 6214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감정가(3억 4000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라 손해보는 장사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올해 매매와 전세 거래량 모두 한 달에 1건 꼴인 7건씩에 불과하다. 또 매맷값은 올 초 3억 2000만원에서 반년 만에 4000만원이 뛰었고 전셋값도 같은 기간 5000만원이 더 올랐다. 매물은 귀하고 가격은 오르다보니 경매가 물건 확보를 위한 유일한 통로가 된 것이다.

여기에 서울지역은 경기·인천과 달리 택지지구 등을 통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 여름 비수기 경매시장 과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가을 이사철인 8~10월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919가구로 경기·인천 물량(2만 7885가구)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법원 경매에서 아파트 물건 확보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유찰없는 신건까지 낙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건은 무조건 감정가보다 높게 입찰가를 정해야 하는 탓에 그동안 입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에서 7일 입찰된 마포구 성산동 성산2차e편한세상(189가구) 전용 59.76㎡짜리 아파트는 신건인데도 9명이 나서 감정가(3억 3000만원)보다 7000만원이나 비싼 4억원에 팔렸다. 이 주택형은 올해 실거래가 단 1건(3월)에 불과할 정도로 매물이 귀하고 매매가도 4억원에 달했다. 또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건으로 나온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2621가구)도 감정가(3억 4000만원)를 넘어서 3억 4287만원에 팔렸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법원에 직접 가야 하는 경매의 특성상 여름 비수기가 비교적 뚜렷했지만 올해는 열기가 전혀 식지 않고 있어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들의 입장에선 7월에 낙찰을 받아야 명도(거주자를 내보내는 일)를 거쳐 가을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거 입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