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인사처 100일]항구 떠나자 좌초 위기

by최훈길 기자
2015.02.26 07:00:00

기대 안고 출범했지만, 성과는 '유명무실'
현장 멀리하는 탁상공론, '한지붕 여러가족' 안전처 문제
조직-인사 분리, 옥상옥 구조에 인사처 한계
"재난시스템 정비, 연금개혁에 집중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작년 4월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안전과 공직 혁신 책임을 안고 출범한 국민안전처(안전처)·인사혁신처(인사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 출범이후 ‘존재감’을 보이기는커녕 우왕좌왕 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 인사혁신 총괄 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소속 의원 과반수(12명)는 ‘평가할 만한 구체적인 성과가 안 보인다’고 지난 100일을 평가했다. 여야의 ‘온도차’는 있지만,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수행과 인사혁신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안전처는 작년 12월 오룡호 침몰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올해 의정부 화재 사고에서도 보고체계 혼선, 늦장 현장방문 등의 질타를 받았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제대로 된 구조활동 등의 대응 시스템이 없어 피해 규모가 커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을 하는 조직만 키우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사처의 경우에는 차관급 기구로 인사 부문만 다루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행정자치부가 조직, 인사처가 인사 기능을 맡는 ‘따로국밥’으로 가는 모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청와대의 인사위원회, 인사수석비서관실과 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추진위원회까지 있어 인사기구가 ‘옥상옥(屋上屋)’으로 갈 우려도 있다.

여당 측의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 황인자 의원은 “안전처 주요 보직 상당수가 공석”이라며 “안전처가 출범 100일까지 조직 정비도 못하고 있어 업무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용기 의원은 “해외 유학생 대상 공직설명회는 자칫 잘못하면 해외 유학생·이민자 특혜로 갈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비판이 단순한 인상 비평을 넘어 조직 존폐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여야 일부 의원들이 벌써부터 ‘3년 뒤 조직통폐합’ 가능성을 제기할 정도로 두 조직의 앞길은 순탄치 않은 실정이다.

강창일 새정치연합 의원은 “날림식으로 정부 조직을 만들어 놓다 보니 향후 활동에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제대로 일하지 않는 안이한 조직으로 가게 되면 조직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잇단 안전사고에 궁여지책으로 출범은 시켰는데, 중앙부처에서 아무리 잘 해도 현장사고는 계속 발생하게 돼 있다”며 “일단 기대는 큰데 안전처가 기대만큼 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 의원은 “재난안전은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인사는 과거 중앙인사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관으로 가야 한다”고 구체적인 개편방안까지 밝혔다. 과거 안행부 장관이 조직·인사권을 동시에 갖고 있어도 어려웠는데 안전처·인사처·행정자치부로 쪼개놓고 혁신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박근혜정부 3년 차에 접어든 올해, 두 신생조직이 ‘태생적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지가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안전처는 해경·소방 등 이질적인 구성원들의 통합을 잘 해서 안전 시스템을 하루속히 정비해야 한다”며 “인사처는 전문성·개방성·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안전처는 ‘방만경영’이 아니라 내실 있는 ‘안전체계’로 가야 한다”며 “인사처는 공무원사회의 희생을 통한 연금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