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혜신 기자
2014.09.19 08:09:56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증권가는 19일 현대차(005380)의 10조5500억원 규모 한국전력(015760) 서울 삼성동 부지 매입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현대차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투자결정에 따른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면서, 저가매수 전략을 제시하는 의견도 상당했다.
KTB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가를 기존 29만원에서 25만원으로, 현대모비스(012330) 목표가는 35만원에서 31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감정가액 대비 3배 이상의 입찰가액을 제시한 점”이라면서 “만약 한전이 부지 매각 금액 10조5500억원의 상당부분을 특별배당으로 지급하면 현대차그룹 순현금이 한전 주주인 정부(51.1%)와 한전 기타주주(48.9%)에 흘러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토지와 같은 비영업용 자산은 무수익자산인 경우가 많아서 자산효율성을 저하한다”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글로벌 부품사를 인수합병(M&A) 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 등 본연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식을 넘어선 입찰 금액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정보력이 부재했고, 결정 이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는 면밀한 검토가 미흡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목적을 위해 수조원을 낭비한 것처럼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류 연구원은 또 “현대기아차는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신차의 상품성을 크게 향상시킬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중요한 현안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에 통합 비즈니스 센터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물적, 인적 역량이 분산돼 펀더멘탈 훼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지 매입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제한적이지만 배당확대, 설비투자 기대감이 희석돼 주가에 부정적일 전망”이라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지만, 배당확대나 설비투자 등 명확한 주주환원정책이 없다면 상승 탄력은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날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면서,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진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13조원이라는 거금을 주주환원 강화 혹은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아닌 단순히 ‘호화스러운 사옥 매입’으로 비춰졌을 것이기 때문에 전일 대규모 투매는 상당부분 수긍이 간다”면서 “하지만 단기적으로 급락한 현재 상황에서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한전부지 인수로 인해 향후 주주환원 강화 가능성이 희석되고 성장을 위한 재원이 소진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투자결정이 현대차 3사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 연구원은 “전날 주가 급락에 따라 현대차 3사의 시가총액은 약 8조4000억원 증발했는데, 한전부지의 감정가와 현대차그룹의 낙찰가격 차이(기부채납 포함)가 약 8조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단기적 주가조정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 추가하락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저가매수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주가 움직임보다는 향후 구체적인 계획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다소 신중한 분석도 나왔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결정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계속적으로 전개되며 당분간 그 평가결과에 따라 주가 변동성은 커진 상황”이라면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의 이번 투자판단의 배경과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이에 대한 평가가 전개되면서 주가는 추가적인 방향성을 갖춰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