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3.08.16 08:49:43
한 달에 370만원씩 모아 2년에 1억원 저축
재테크 이유는 남편과 세계여행, 7000만원으로 가능
나영석 PD의 이직 소식에 CJ E&M 주식사고 이익 내
[이데일리 성선화 박종오 기자] 남자의 재테크는 공격적이다. 돈을 쥐면 더 큰 사냥에 나선다. 주식 투자 대박 신화가 된 이들이 대부분 남성인 이유다. 여성의 재테크는 다르다. 여성들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성향이 강하다.
‘재테크는 습관’이라고 말하는 여자들이 있다. 이데일리가 마련한 ‘재테크 직구토크’의 이번 주제는 ‘2030 여성들의 재테크’다. 자신 만의 돈 모으는 기술을 책으로 풀어낸 3명의 저자를 만나 토크를 진행했다. ‘적게 벌어도 잘 사는 여자의 습관’의 정은길 교통방송 아나운서, ‘앨리스의 비밀통장’의 차시현 KIS PRICING 매니저, ‘반값 경매 정석’의 이여정 KRAM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토크에는 본지 재테크 자문위원인 김남욱 기업은행 을지로본점 PB도 함께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동에서 오간 똑소리나는 그녀들의 재테크 수다를 공개한다. ▶성선화 기자(이하 성)=20~30대 여성들이 돈을 모으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오늘 모인 분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재테크에 성공했다. 먼저 저축 만으로 2년 만에 1억원을 모은 정은길 아나운서가 궁금하다. 한 달에 얼마씩 모아야 가능한가.
▶정은길 아나운서(이하 정)=한 달에 370만원씩 저축한다. 나머지 추가 수입도 모조리 저축한다. 남편과 둘이 합친 수입은 500만원 안팎이다.
▶박종오 기자(이하 박)=도대체 한 달 용돈이 얼마길래. 정말 놀랍다.
▶정=요즘도 한 달 용돈이 20만원이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니 밥값은 자연스럽게 절약되고, 택시는 거의 타지 않는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첫번째 목표는 내 집 마련이었다. 뚜렷한 목표 덕분에 돈이 새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절약이 생활화됐다. 커피를 마시거나 명품가방을 사고 싶어도 내 목표만 분명하면 참을 수 있다. 29살까지 1억원을 모아 첫번째 목표를 이뤘다.
▶김남욱 PB(이하 김)=정말 대단하다. 나 또한 한 달 용돈 50만원으로 사는데 정말 빠듯하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식비가 거의 들지 않아서 가능한 것 같다.
▶성=여자들이 돈 쓰는 데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커피값은 물론이고 옷값, 헬스비 등 스스로를 꾸미는 데 돈이 많이 든다.
▶정=옷값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러 보세 옷집을 전전하며 협찬을 구했다. 요즘은 고속터미널 상가를 주로 이용한다. 운동은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비용으로 수영을 하고 있다.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일단 식대가 안 든다. 쓰는 건 교통비 정도다. 때로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옷도 만들어서 입는다.
▶이여정 대표(이하 이)=솔직히 절약하고는 거리가 멀다. 얘기를 듣다보니 내일부터라도 절약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는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을 때라 중개업을 시작하자 마자 뭉칫돈이 들어왔다. 전월세 계약만 해도 한 달에 1000만~2000만원씩 들어오던 때였다. 여윳돈이 생기면 저축보다 바로 빌라 등 부동산에 다시 투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차곡차곡 절약해 돈을 모으는 게 정석인 것 같다. 처음부터 큰 돈을 만지니 필요를 못 느꼈다. 나중에 경기가 내려가면서 ‘아차’ 싶었다. 2010년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년 만에 자산이 3분의 2로 쪼그라 들었다. 과감하게 손절매를 했어야 했다. 남들에게는 조언하면서도 정작 내건 못하겠더라.
▶박= 증권사 PB로 일하면서 주식으로 재테크를 했는데 절약도 했나.
▶차시현 매니저(이하 차)=물론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한달 용돈 20만원으로 살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지만, 한때 정말 공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 증권사 PB로 일하면서 주식에 손을 댄 게 26살 때였다. 종잣돈이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돈을 다 잃어도 다시 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2010년까지 3년 간 코스닥에 장기 투자했다. 수익률이 2배가 돼 투자금이 1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결혼을 앞두다 보니, 재테크의 목표가 사라진 듯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쓰냐는 생각도 들고.
▶성=앞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볼 생각은 없나.
▶정=처음에 집을 샀던 건 투자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김=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갖고 있는 게 있다면 올해든 내년이든 팔아야 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정리하는 게 이익이다.
▶정=솔직히 부동산은 나와 안 맞는 것 같다. 빌라를 파는데 너무 애를 먹었다. 간신히 손해 안 보고 팔았는데 당시 심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성=주식으로 성공한 분의 의견이 궁금하다.
▶차=꼭 집을 사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행 수익률보다 좋다면 부동산 투자도 괜찮다고 본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전세나 월세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성=부동산 전문가에게 묻고 싶다. 수익형 부동산의 월세가 꼬박꼬박 잘 들어오고 있어도 팔아야 하나.
▶이=부산 등을 제외한 90%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다. 그나마 지방이 7~8% 운영수익률을 유지하는 것 같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도심부 역세권 소형아파트나 상가처럼 거래가 많은 부동산이 지금 20% 안팎이나 될까. 수익률이 좋은 상가라면 노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투자처로 괜찮아 보인다. 지금은 부동산이 아니어도 투자할 곳이 워낙 많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아파트, 주택, 상가 중에서 투자처를 골랐다. 지금은 주식, 펀드, 금, 달러 등 선택항목이 너무 다양하다.
▶박=그렇다면 주식 투자는 어떤가.
▶정=주식 투자도 한다. 그런데 딱 100만원만 투자한다. 잃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마지노선이다. 2년째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연 10%를 넘는다.
▶성=연 10% 수익률이면 10만원이다. (웃음)
▶정=주식투자의 장점은 금액보다 모든 경제 뉴스에 관심이 간다는 것이다.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에 주식을 사 수익을 냈다. 덕분에 경제 프로그램 진행도 맡게 됐고, 재테크 책도 낼 수 있었다.
▶차=직접 투자 대신 인덱스펀드처럼 장기적인 간접 투자 위주로 하고 있다. 주식은 태도의 문제다. 시간을 내서 집중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원금보장형 등 안정성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낫다.
▶성=장기투자를 하고 싶은데 자꾸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환매를 하게 된다.
▶김남욱(이하 김)=펀드도 대출이 된다. 수익률이 좋다면 펀드를 깨기보다 대출을 이용하는 게 낫다.
▶성=ELS 상품에 투자할 때는 적립식보다 목돈을 넣어두고 만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더라. 반면 투자금액이 작을 땐 수익도 쪼그라드니 재미가 없다. 이럴 땐 역시 공격적인 투자가 답일까.
▶차=자산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공격적인 투자는 별로다. 그보다 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게 낫다. 얼마만큼 목돈을 갖고 투자하느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수익이 얼마이고 위험이 어떤 지를 따져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는 건 그 다음 일이다.
▶성=다들 정말 힘들게 산다. 도대체 재테크는 왜 하나.
▶정=남편이랑 세계 여행을 할 계획이다. 회사를 그만둔 후 둘이서 세계 여행을 갈때 드는 비용은 7000만원 정도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볼 계획이다.
▶박=노후를 위해 빌딩 한 채 장만해 두고픈 욕심은 없나.
▶차=매입시점의 금리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금리가 빌딩 수익률보다 낮다면 고려대상이 될 거다. 하지만 경기 여건이나 성장률 등을 보면 국내 금리가 쉽게 오를 것 같진 않다. 만약 금리가 크게 오르면 가계부채 등 사회적 충격도 엄청나 시중금리가 5% 이상 오르긴 어려울 거다.
▶김=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올해까진 변동금리, 내년 중순부터는 고정금리로 받는 게 이자 부담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성=앞으로의 재테크 목표는.
▶이=홍대 상권을 주목하고 있다. 내 돈 10억원을 들여 20억원대의 5층짜리 상가에 투자할 만하다. 이런 곳은 월 고정수입이 500만원 이상 들어오니 노후 대비용으로 적절하다.
▶정=목표는 인생 후반전이다. 돈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다. 매달 들어오는 고정수입을 바라고 재테크를 시작한 게 아니다. 당장 급여가 없어도 생계형 인간이 되고 싶진 않은 거다.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당분간 모은 돈을 쓰면서 새로운 일을 준비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