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첫 회사채 IR "이젠 실적을 보여줘"

by정원석 기자
2007.09.07 09:13:00

기아車 "2010년까지 해외법인 누적적자 해소"
"새로운 내용 없어 실망"vs "대화 노력 자체는 긍정적"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지난 4일 열린 기아자동차(000270)의 첫 회사채 기업설명회(IR)에 대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저평가를 뒤집을만한 새로운 내용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기됐던 유동성 위기설 등 각종 우려가 다소 과장됐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발행기업의 정보가 시장에 투명하게 전달되지 않아, 기업에 대한 우려가 악재성 루머로 확산되곤 했던 과거 사례에 비해서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다수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이번 IR에서 참여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해외법인 누적 영업적자 해소방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외법인 재고 증가로 인해 본사의 매출채권이 증가한 것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이에대해 기아차측은 4억달러에 이르는 해외법인 누적적자를 오는 2010년까지 완전히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는 해외법인의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수출 제품의 가격을 6%(FOB기준) 인하한 바 있다. 본사 이익규모를 줄여서라도 해외법인의 영업 마진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이런 조치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해외재고가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에 대해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3조원이 넘은 무역금융(D/A)에 대해 회사측과 애널리스트간에 다소 엇갈린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차입금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활용가능한 운전자금의 일종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IR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표시했지만, 기아차에 대한 극단적인 `비토` 분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저평가 자체를 되돌릴만한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은 이상 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지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측 관계자들과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진 만큼 불신이 해소되는 데에는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스프레드 등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향후 실적 등이 뒷받침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가 시장과의 대화를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반응도 엿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가 발행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는 계기가 마련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불신의 고리가 무엇인지를 회사측이 알게된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기아차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완화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