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영입, 바르셀로나 ''갈라티코''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by김삼우 기자
2007.06.24 18:04:47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바르셀로나는 ’갈라티코(Galactico) 정책‘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을까.’

프랑스의 간판 골게터 티에리 앙리(30, 아스널)가 24일(한국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 바르셀로나 이적을 확정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은 이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바르셀로나와 앙리 이적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 메디컬 테스트와 공식 계약 절차가 끝나는 대로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앙리의 이적료는 2400만유로(약 300억원)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사는 앙리를 영입한 바르셀로나의 향후 행보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이날 ‘바르셀로나, 위험한 갈라티코 프로젝트 시작하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바르셀로나가 앙리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명성을 높이는 길을 택했다고 분석하면서 ‘숙적’ 레알 마드리드가 빠졌던 함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7년간 펼쳤던 갈라티코 정책과 그 폐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갈라티코’ 정책은 방송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같은 수익에 의존하기 보다 유명 스타 선수를 대거 영입, 구단의 마케팅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부임한 플로레스 페레스 회장이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지네딘 지단(프랑스) 호나우두(브라질)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가 그동안  ‘갈라티코’정책의 대명사였다. 갈라티코(galacto)는 갤럭시(galaxy,은하: 별들의 집단)의 스페인어다.

레알 마드리드 ‘갈라티코’의 초기는 대성공이었다. 2001, 2003년 프리메라리가 우승, 200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으로 스페인은 물론 유럽 클럽 축구를 호령하면서 ‘지구방위대’라는 별칭을 얻었다. 스타 마케팅도 위력을 발휘했다. 적자에 신음하던 구단이 2004~2005 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세계 최고 구단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공격수 중심의 중복 투자와 이로 인한 공격과 수비의 극단적인 불균형 등의 한계가 나타나면서 2003년 우승 이후에는 프리메라리가 정상에서도 멀어졌고, 스타들은 스타들대로 빛을 잃었다. 한때 잉글랜드의 간판 스트라이커였던 마이클 오언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로 벤치에 앉아 있다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기도 했다.  

결국 2006~2007 시즌을 앞두고 페레스 대신 새로 회장직에 오른 라몬 칼데론이 ‘갈라티코’와 다른 길을 걸으면서 ‘지구방위대’는 사실상 해체됐다. 피구, 호나우두가 이탈리아 세리에 A로 떠났고, 지단은 은퇴했다. 베컴은 2006~2007 시즌을 마치고 미국의 LA 갤럭시로 떠났다. 하지만 2006~2007 시즌 성적은 4년 만의 프리메라리가 정상 탈환이었다. 실패가 더 도드라졌던 레알마드리드 ‘갈라티코’의 종언을 알리는 것이었다. 


공교롭게 레알 마드리드가 베컴의 이적으로 갈라티코 정책에 완전히 마침표를 찍은 시점에 바르셀로나는 앙리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갈라티코'를 출항시키는 셈이다.



먼저 바르셀로나에는 이미 호나우지뉴(브라질), 사뮈엘 에토오(카메룬)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공격 삼각편대가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이 앙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심사인 것이다. 

일단 레이카르트 감독은 호나우지뉴, 에토오, 메시에 앙리까지 한꺼번에 투입하는 공격적인 4-3-3 시스템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레이카르트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답게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측면 공격을 강조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등 네덜란드 출신의 전 한국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이 지향하던 바와 같다.  

레이카르트 감독의 이같은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원활한 로테이션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월드컵 등 단일 대회와는 달리 국내리그, 유럽 챔피언스 리그 등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장기레이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그리고 부상 등을 고려, 적절하게 선수들을 로테이션시키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는 에토오와 메시 등의 부상 또는 컨디션 난조 때 이들을 대체해 줄 자원들이 제 역할을 못해 고전했다. 하비에르 사비올라(아르헨티나), 에이두르 구드욘센(아이슬란드) 등이었는데 사비올라는 이미 바르셀로나와 결별을 선언했고, 구드욘센 또한 마찬가지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이들을 대신할 마땅한 백업 요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앙리는 기존 스리포워드와 교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에토오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할 내년 1월과 2월에는 붙박이 주전 포워드로 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앙리의 영입과 함께 바르셀로나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수비진 강화다. 레알 마드리드가 허약한 수비라인은 무시하고 공격수 보강에 치중하면서 감수해야 했던 폐해 때문이다. 더욱이 바르셀로나는 카를로스 푸욜과 에드밀손 등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2007~2008 시즌 초반 가동하기 힘든 처지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게 절실하다. AS 로마의 루마니아 출신 수비수 크리스티안 치부, 모나코의 수비형 미드필더 야야 투레의 바르셀로나행이 스페인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더불어 레이카르트 감독의 지도력도 중요하다. 자존심이 강한 스타들이 모이다보면 충돌과 갈등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벌써 바르셀로나 내부에는 이러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최근 에토오가 공개적으로 ‘호나우지뉴와는 애증의 관계’라고 밝히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게 대표적이다. 스타들간의 갈등 또한 레알 마드리드가 익히 시달렸던 난제였다. 레이카르트 감독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결국 '바르셀로나 갈라티코'의 성패는 레이카르트 감독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