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부터 준비하는 `은퇴후 30년`<3>

by조선일보 기자
2005.09.15 08:35:01

체크카드로 돈샐 틈 막고 보험으로 ''노후 안전장치''
이은정씨 ''싱글 재태크''

[조선일보 제공]

▲ 이은정씨가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아침마다 2시간씩 운동을 한다”며 “건강해야 돈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조흥은행 PB강남센터에서 부자고객들의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이은정 팀장(38)은 서른 살이 되던 해, 평생을 싱글로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노후계획을 짰다.

그의 노후구상은 55세 은퇴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불우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경제 교육을 해주는 것. 이 꿈을 이루려면 일단 집부터 마련하고, 최소 4억원 이상 여유자금을 확보해야겠다고 계산했다.
 
서른한 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카드를 1장만 남기고 몽땅 가위로 잘랐다. “카드를 여러장 쓰니까 돈이 어디로 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더군요.” 카드 할부 구입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꼭 사야할 물건이 있으면 매달 조금씩 생활비를 쪼개 모아서 현금으로 구입했다.

계좌에서 즉시 사용 금액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가 등장하자, 사치스런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통장 관리 방식도 개선했다. 월급 통장과 생활비 통장, 두 가지로 나눴다. 용돈만 쓰는 생활비 통장은 체크카드 결제계좌로만 사용했다. 이렇게 하니까 한 달 용돈 씀씀이를 한눈에 점검할 수 있었다.

월급통장은 100만원 단위로 여윳돈이 쌓이면 이자가 3~4%대로 짭짤한 머니마켓펀드(MMF)로 바로바로 옮겼다.



여러 겹의 인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싱글은 기혼자보다 인생의 위험 요소가 많으니까요.” 그는 현재 종신보험 2종, 운전자 보험, 암보험, 연금보험 등에 가입해 있다. 보험료는 월 급여의 8~10% 정도를 지출하도록 설계했다.

지독한 소비 절제와 계획된 씀씀이 덕분에, 이씨는 준비한 지 만 3년 만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대출금이 있으면, 돈을 허튼 데 쓰지 못하잖아요. 50만원씩 나가는 원룸 월세도 너무 아까웠고요. 대출을 끼고서라도 집부터 사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주말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 모델하우스는 부동산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모델하우스 출근을 거듭하다 보니,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금방 찾았다. 은행에서 4000만원을 빌려 서울 강서구에 22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