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는 부동산)집값이 오르는 진짜 이유와 강남

by안명숙 기자
2004.10.05 08:51:02

[안명숙] 서울의 집값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강남구와 노원구입니다. 대체로 강남구는 강남의 부촌을 상징하는 곳으로, 노원구는 강북의 대표적인 서민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비교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두지역은 비교되는 상징성과 달리 참 많이 닮아있기도 하고 역시 크게 다르기도 합니다. 강남구와 노원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볼까 합니다. 강남구와 노원구의 비슷한 점을 먼저 따져볼까요? 우선 강남구와 노원구는 서울에서 인구가 많은 지역을 대표하는 곳입니다. 2003년 기준 서울의 인구는 1027만6968명인데 구별 인구 순위는 노원구가 가장 많은 63만3934명이고 강남구가 53만6031명으로 4위입니다. (참고로 25개 구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중구로 13만8798명입니다) 인구가 많다는 세대수도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수요가 풍부한 곳을 뜻하기도 합니다. 주택수를 세대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을 보면 2002년 서울 전체 평균 주택보급률이 82.4%에머무는데 반해 노원구는 98.6%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강남구는 92.4%로 5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통계는 자가주택점유율입니다. 전체 세대중 자기 집에 살고 있는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것입니다. 자가주택점유율 통계치를 확인하기 전에는 주택보급률이 높은 강남구나 노원구의 자가주택점유비율도 높을 것으로 생각하시겠지요?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강남구는 자기집에 사는 세대비율이 불과 55.2%에 지나지 않아 서울시 25개구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강남구에 사는 주민중 절반은 자기집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노원구도 58.2%에 머물고 있어 중구에 이어 3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서울시의 평균 자가주택점유비율은 65.7% 수준이고 가장 높은 광진구는 75.7%에 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강남구나 노원구처럼 주택보급률은 높지만 자가 점유비율이 낮다는 것은 단적으로 외지 거주자가 소유한 경우가 많거나 1세대가 여러채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강남구와 노원구는 인구나 세대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기 때문에 잠재 수요자가 많은 지역이고 어떤 목적하에 남의 집에 전세나 월세로 세든 경우가 많아 이사를 오고 가는 비중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남이 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 개포동, 도곡동을 중심으로 최근 들어 집값이 강세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노원구도 은행사거리의 학원가 인근 아파트가 구내 다른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강남구 평균 평당가가 1850만원인데 반해 개포우성 등 인근 인기아파트(재건축 제외)는 평당 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고 노원구의 평균 평당가 670만원를 유지하는데 반해 중계동 대림 벽산아파트는 평당 1400만원을 넘어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강남구와 노원구의 비슷한 주택 소유 환경과는 달리 집값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입지의 차이는 접어두고라도 차이점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1인당 차지하는 주택면적을 따져보면 강남구가 8.71평으로 서울시 평균인 6.53평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노원구는 6.76평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하고 규모별 분포도 노원구는 20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 분포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반해 강남구는 40평 이상의 중대형 평형이 주류를 이루는 조사되어 있습니다. 수요자들의 패턴도 다소 차이가 납니다. 강남의 수요자는 강남을 떠나기 싫어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반해 노원구 거주자는 형편이 나아지면 보다 나은 곳을 이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원구를 내집마련을 위한 ‘제1 베이스캠프’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형 아파트 물량도 많다보니 자금여력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이 고려하는 우선순위로 노원구를 꼽는 반면 강남구에는 소득이 높은 고소득 계층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또 강남 쏠림 현상이 가중되면서 강남의 집값이 더 오르자 강남의 거주자들은 자산소득이 급증하면서 더 부자가 되었고 또 그만큼을 부담할 수 있는 고속득층만이 강남으로 입성할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강남은 IT업종을 비롯, 금융, 유통회사들의 신흥 밀집지역으로 자리잡아 직주근접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지만 노원구 거주자들은 결국 출근을 위해 전철과 막히는 차속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강남을 오가고 있습니다. 결국 노원구는 강남구와 같이 대기수요도 많고 이사수요도 많은 곳이지만 편의시설 미비, 회사와의 접근성 등의 이유 때문에 강남의 1/3에 지나지 않는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최규식(서울 강북을)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함께 실시한 "강남북 지역격차에 대한 서울시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북 거주자들은 강남에 비해 격차가 심각한 분야로 경제력(55.3%)과 교육 여건(32.5%)의 차이를 꼽았으며, 강북 거주자들은 서울시 정책이 강남 편향적으로 흐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출퇴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교통여건 등 입지, 편리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인프라, 거주자들의 소득성향 등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수요는 많은 노원구나 강서구의 집값이 강남구를 따라오지 못하는 평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계획도시로 개발된 강남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입지적, 구조적 이유로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노원구에 집을 1채 가진 사람과 강남구에 집을 1채 보유한 사람의 자산소득 격차는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면서 소득이 높은 사람이 모이는 강남구는 교육을 비롯한 많은 부문에서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므로 강남은 좀 다른 ‘특별구’로 취급받기도 하지요 강남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강남에 사는 사람은 물론 강남 이외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별로 유쾌한 일은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강남의 집값은 강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향을 받는 서울이나 전국의 아파트값의 문제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부도 강남을 예의주시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강남이 주택거래신고제, 주택 투기지역 등 모든 규제의 제1순위가 되고 있고 절대 끝까지 풀어주지 못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 같은 상징성과 강남이 가지는 그 특별한 의미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