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25.02.14 05:58:49
상호관세 즉각 시행은 보류했지만…
각국별로 관세·세금·비관세장벽 검토 후 부과
유럽연합 자동차 인증 등 비관세 장벽 타깃
각국이 관세·비관세 장벽 없애면 상호관세 내려
한국 대미 관세율 거의 철폐…비관세 장벽이 관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결국 ‘상호관세’ 카드를 꺼내들 었다. 미국 상품에 관세 부과 및 비관세 장벽을 친 모든 국가에 이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만약 무역파트너국가들이 관세율을 내리거나 비관세 장벽을 낮춘다면 이에 맞춰 미국의 관세율도 내려가는 구조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율은 거의 철폐됐지만, 일부 비관세 장벽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골자의 상호무역에 관한 각서에 서명하며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 연방기관에 다른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맞춰 관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을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상무부와 USTR가 양자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4월1일 이후 각국별로 맞춤형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EU) 등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들이 대상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우리는 각 국가별로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며 국가별로 협상을 거쳐 차등화된 관세율을 적용할 것임을 내비쳤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미국의 무역파트너 국가들이 관세 및 세금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대응하면 이에 맞춰 똑같이 관세율을 올리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정조준했다. 비관세 장벽은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모든 정책과 규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비관세 장벽이 미국 업체들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례로 자동차 인증제도 문제를 들었다. 자동차 인증제는 각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가 일정한 안전, 환경, 품질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인데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 미국 자동차 수출에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 인증 등 비관세 장벽도 대응하겠다”고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국이 1조달러가 넘는 악성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주요 수출국들이 징벌적인 관세와 거 강력한 비관세 장벽으로 우리 시장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세 장벽, 비관세 장벽, 보조금과 부담스러운 규제 요건을 포함해 불공정하거나 해로운 조처, 정책이나 관행 때문에 미국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 초래하는 비용”도 평가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 정책, USTR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다른 기타 관행도 상호관세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연구가 끝나면 이를 계산한 뒤 해당 무역량을 반영하는 관세율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국이 관세를 낮추거나 비관세 장벽을 낮춘다면 미국 역시 상호 관세율을 내릴 계획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무역 파트너국가들이 관세를 낮추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관세를 낮출 것”이라며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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