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 반등하면 팔아라”…中 ‘패닉셀링’ 경고등

by이은정 기자
2024.02.03 10:00:00

1월 상하이종합 -6.3% 홍콩H -10% 조정
경기 침체·미진한 정책·부동산 부채 리스크
中 부채 리스크 따라 또 증시 ''패닉'' 가능성
지지선 깨질 우려, 비중 줄여 위험관리해야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중화권 증시가 연초부터 급락하며 2016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중국 경기 지표 부진과 정부 대응 지연에 따른 ‘패닉 셀링’(공포에 따른 매도) 이후 나타난 기술적 반등 폭마저 반납했다.

무엇보다 부동산 장기 침체로 인한 부채 리스크가 심화하면 증시의 지지선이 재차 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반등이 나타나면 오히려 ‘비중 축소’를 통해 ‘위험 관리’에 나서는 게 유효하다고 증권가는 권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월(31일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88.55, 홍콩H지수는 5194.04를 기록하며 각각 6.3%, 10.0% 하락했다. 글로벌 주요 증시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흐름이다. △경기 침체 심화 △미진한 정부 정책 우려 △부동산발(發) 부채 리스크 확대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지표 부진과 정부 대응 시점이 지연되면서 패닉 매도세가 유발됐다”며 “리창 총리의 적극적인 시장 대응 발언 이후 증시 안정화 조치와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 부동산 부양정책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났으나 1월 마지막 주 지수 하락으로 반등 폭의 대부분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부채 리스크가 투심을 끌어내리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와 미진한 부양정책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부실 심화 및 디폴트 확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강화에 따른 우려가 번지고 있다.

중국 주택 경기 침체는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998년 주택 상품화 조치 이후 누적된 중국의 주택 공급 과잉(7000만 호 추산)은 심각한 반면에 정책 수단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의 50~70%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부채 구조조정 속도가 늦춰질 경우 부실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헝다의 청산 절차 돌입에 따라 부동산 구조조정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따른다.

전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산업은 주택경기 장기 호황(1998~2018년→감독기관, 부동산 개발업체 건전성 규제(2020년~)→헝다 디폴트(2021년), 비구위안 등 연쇄 채무 불이행(2023년)→헝다 청산, 부동산발 부채 리스크 확대 및 정부 구조조정 가속의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홍콩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비중 축소’(Underweight)를 제시했다. 정부의 부양정책은 미진한 반면에 부동산발 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중화권 증시의 반등 역시 기술적 회복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미시적인 대응에 머물면서 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며 2분기 이후 부채 구조조정의 부담감이 가중될 것”이라며 “중화권 증시 기술적 반등을 활용해 위험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상하이종합지수 2800포인트(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9.5배)와 홍콩H지수 5000포인트(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6.2배)를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부동산 부채 리스크가 커지면 또다시 ‘패닉 국면’을 맞으면서 지지선마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전 연구원은 “부동산 장기 침체가 초래하는 부채 리스크가 심화한다면 일부 시스템 전염 위기가 재현되면서 중국 주식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2015년 유동성 버블 붕괴 시점과 유사한 패닉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중국 투자 전략의 핵심은 ‘위험 관리’이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