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대체주자 찾는 K바이오백신펀드, 유인책 마련에 ‘고심’
by지영의 기자
2023.08.03 09:38:48
8월 2주 中 대체 운용사 모집 공고 예정
모집 방식 대폭 변경...마지막까지 ‘고심’
지원 머뭇대는 투자업계
“펀딩 실패하면 낙인 효과, 인센티브 더 있어야”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K-바이오백신펀드의 좌초를 막기 위해 펀드 결성 여건을 대폭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주 중 관련 업계 의견을 기반으로 개선안을 마무리하고 새 운용사를 찾을 계획이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서는 펀딩에 실패해 징계 대상이 된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사례를 우려해 지원을 머뭇거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내주 후반 K-바이오백신펀드 위탁 운용사(GP) 선정 공고를 낼 계획이다. 내주 중 회의를 열고 국책은행과 펀드 조성 관련 개편안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5일에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제약·바이오 업계 및 관련 투자 전문가들을 자문회의 형태로 소집해 의견 수렴도 마쳤다. 회의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할 예정이다.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은 윤석열 정부의 유망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사업 중 하나다. 복지부는 바이오 헬스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방향에 발 맞춰 지난해 K-바이오백신펀드를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이 40대 60의 비율로 출자금을 매칭해 총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9월 중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미래에셋캐피탈 CO-GP)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2개사를 GP로 선정해 운용 지위를 맡긴 상태였다. 그러나 미래에셋벤처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투자금 모집에 고전하다 GP 자격을 반납하면서 2500억원의 펀드 결성을 책임질 GP 자리가 공석이 됐다.
정부는 GP들의 펀드 결성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 규모 △결성방식 △주목적 투자범위 등을 대폭 조정할 전망이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시장에서 자금 모으기가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현재 규모 면에서는 기존 2500억 펀드를 쪼개 2~3개 GP에게 나눠 맡기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존안에 따르면 GP 한 곳이 2500억 중 정부 및 국책은행 출자금 1000억을 제외한 1500억을 민간에서 모집해야 했다.
새 GP들의 펀드 결성방식도 멀티클로징(기존 펀드 추가 증액) 형태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금 모집에 나선 유안타인베도 기한내 2500억을 달성하지 못해 멀티클로징 방식으로 추가 자금을 모아나가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또 펀드의 주목적 투자 범위 면에서도 조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기존 투자 조건에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60%, 백신 관련 기업에 15%를 투자하도록 규정한 상태였다. 해당 조건을 일부 수정,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대체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안들이지만 이 범주 안에서 확정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투자 목적 범위 자체를 대폭 완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을 위해 펀드 결성 여건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나섰으나 투자업계에서는 지원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시장에 전반적으로 투자가 감소해 일반 블라인드 펀드 자금 모으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어서다. 바이오 투자 부문에 대한 투심은 더 부정적이다. 여기에 미래에셋벤처 측이 펀드 모집에 고전하다 끝내 징계 대상이 된 점도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 VC 관계자는 “다음 GP에 대한 시장 이목도 너무 쏠려있고, 펀딩 실패하면 낙인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한을 더 준다고 해도 만약 실패할 경우 정부 출자사업 지원 제한 불이익만 받게 되지 않나”라고 전했다.
시장 여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펀드 결성과 운용에 나서는 GP에게 추가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투자업계 고위 책임자는 “전략적인 인센티브 제시도 필요하다고 본다. 바이오 투자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펀드 내에서 투자 부문별 차등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도 고려해볼만 하다. 바이오 부문 회수 실적에 더 높은 보수를 책정해 유인을 높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